[신문과 놀자!]여왕 즉위 60년, 영국은 왜 열광할까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즉위 6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다이아몬드 주빌리·Diamond Jubilee가 2∼5일 런던에서 열렸습니다. 다이아몬드 주빌리는 60주년을 상징하는 보석인 다이아몬드와 기념일을 의미하는 주빌리를 합친 용어입니다. 군주가 60년이나 재위하는 일은 세계적으로 매우 드뭅니다. 영국에서 60년이나 왕위에 있었던 군주는 1897년 빅토리아 여왕(재위 1837∼1901년) 이후 115년 만이며 왕실 역사상 두 번째라고 합니다.

행사가 열리는 동안 여왕이 움직이는 장소에는 수많은 인파가 모여 환호했습니다. 왜 영국인들은 최첨단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현실 정치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여왕에게 이렇게 많은 관심을 가질까요? 이유가 무엇인지 한번 알아볼까요? 이와 관련된 기사 2개가 동아일보에 실렸습니다. 하나는 2일자 A2면(영국, 오늘부터 여왕에 푹 빠진다), 다른 하나는 8일자 A20면(축제 끝나자…생존 고민에 빠진 英왕실)입니다.

기사 비교하며 읽고 표로 정리해봐요

영국 왕실은 지도층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했기에 오랜 기간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사진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왼쪽에서 두 번째)이 5일 런던에서 열린 즉위 60주년 기념행사 당시 버킹엄궁의 발코니에서 손을 흔드는 모습. 왼쪽은 찰스 왕세자이고, 오른쪽은 윌리엄 왕세손과 캐서린 왕세손빈. AP 연합뉴스

먼저 두 기사의 제목만 보여주고 떠오르는 낱말과 그 이유를 말하게 합니다. 배경지식에 따라 다양한 내용이 나오겠죠. 이런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기사에 호기심과 궁금증을 갖게 됩니다.

기사를 더 잘 읽으려면 배경지식이 중요합니다. 앞에서 고른 낱말 중에서 기사와 관련 있을 듯한 표현을 토의하며 고릅니다. 다음은 기사 읽기입니다. 2명씩 짝을 지어 한 문단씩 소리 내서 읽는 겁니다. 혼자 읽기보다 이렇게 함께 소리 내서 읽으면 기사 내용을 더욱 명확하게 이해하게 됩니다.

기사를 읽었으면 새로 알게 된 사실을 짝과 함께 돌아가며 표에 정리합니다. 사실인지 의견인지 명확하지 않을 때에는 토의를 하세요. 마지막으로 영국 왕실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존경을 받는 이유에 대한 의견을 모으고 정리합니다.<표1 참조>

존경의 이유 ‘노블레스 오블리주’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는 프랑스말입니다. 원래는 귀족의 의무를 뜻합니다. 요즘은 부와 권력, 명성을 가진 사람은 그만큼 사회에 대한 책임이 크다는 의미로 씁니다. 예를 들어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은 세금과 기부금을 많이 내고, 높은 지위의 인사는 청렴하고 결백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말입니다.

영국 왕실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했기에 국민이 오랫동안 존경했습니다. 어떻게 실천했는지는 위의 두 기사에 나옵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처지가 어려운 사람이나 사회적 약자를 이해하기 힘드니까요.

다른 사람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게임으로 알아봐요. 신문에 나온 사람이 되는 겁니다. 동아일보 6월 8일자에는 다양한 사람이 등장합니다. 차기 대통령에 출마할 것이라 생각되는 예비후보(A3면), 사고 싶은 물건은 마음껏 살 수 있는 부자 중국 관광객(A6면), 등록금을 벌려고 하다가 불법 다단계의 늪에 빠져 빚을 지게 된 대학생(A12면), 치매에 걸린 노인(A14면), 내전으로 대학살이 빚어진 시리아의 어린이(A19면)….

가족 중 한 사람이 다음과 같은 상황을 이야기해 줍니다. “내가 원하는 일은 무엇이든 할 수 있을 만큼 넉넉한 돈을 갖고 있습니다. 1주일에 한 번 정도는 영화나 연극 또는 내가 좋아하는 운동을 즐길 여유가 있습니다. 또 아무 때나 친구를 초대해서 같이 놀거나 공부할 수 있습니다. 1년에 한 번 정도는 가족이 함께 여행을 갈 수 있습니다.”

이야기를 듣고 자기가 도와줄 만한 일이 있으면 한 발 앞으로 나오고, 그렇지 않으면 자리에 그대로 서 있어요. 이어서 한 발 앞으로 나올 때와 그렇지 못할 때의 느낌을 이야기합니다. 마지막에는 앞으로 많이 나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각자 자신의 역할과 느낌을 이야기합니다.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는 책임이라는 덕이 필요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자신을 완성하고 사회적으로는 과제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해야 하는 거죠. 어떤 공동체든 안정과 질서를 유지하려면 모든 구성원이 책임 있게 자신의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여러분은 가정이나 학교에서 책임을 다했나요? 다음 표에서 해당되는 곳에 체크를 하며 책임지수를 알아보세요.<표2 참조>

학교 기계실 아저씨에게 배우는 ‘책임’

제가 근무하는 학교에서 지난주에 행사 하나가 열렸습니다. 공부를 열심히 했던 많은 학생을 선생님과 친구들이 칭찬했습니다. 끝나갈 무렵, 진행을 맡은 분이 강당 기계실에서 영상과 음향을 조정하던 아저씨를 불렀습니다. 그분은 당황해하면서 무대 아래로 달려왔습니다. 아저씨가 나오는 동안 선생님이 말했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편안하게 공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저씨가 소리 없이 자신의 책임을 다했기 때문입니다.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우레 같은 박수 소리가 강당에 울려 퍼졌습니다. 제가 본 아저씨는 자신의 책임 이상을 하는 분입니다. 아침 7시에 출근해서 학교 문을 활짝 열고 환기를 시키며 청소를 합니다. 또 이곳저곳에서 고장 난 곳이 있는지 점검합니다. 학생이 모두 하교하고 제가 퇴근할 즈음에도 아저씨는 화단에서 풀을 뽑거나 다른 일을 합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책임을 다하는 아저씨는 존경을 받을 만합니다.

심옥령 인천 청라달튼 외국인학교 초등교장

학생 여러분은 열심히 공부하고 친구를 존중하며 생활할 책임이 있습니다. 약한 친구가 괴롭힘을 당하면 적극적으로 도울 책임이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의 책임을 다할 때 우리 사회에 웃음이 가득해집니다.

심옥령 인천 청라달튼 외국인학교 초등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