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왕이 받은 커미션은 업계 관행”

조선업체 직원 증언 뒤집어… 檢, 횡령혐의 입증 어려울듯

‘선박왕’ 권혁 시도상선 회장(62)에 대한 역외탈세 및 횡령 혐의 재판에서 권 회장이 받은 선박업계의 ‘어드레스 커미션(Address Commission)’의 성격에 대해 이틀 연속 업계 관행이라는 증언이 나왔다. ‘어드레스 커미션’은 조선사가 선박중개 브로커를 거치지 않고 선박을 발주하는 선주와 직접 계약할 경우 선주의 요구에 따라 선박건조 대금 가운데 일부를 리베이트로 돌려주는 것이다. 브로커가 개입할 경우 지급하는 ‘브로커 커미션’과 구분된다. 이런 증언은 횡령 부분에 대한 검찰의 주장을 뒤집는 것이어서 혐의 입증에 난항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정선재) 심리로 14일 열린 권 회장의 5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현대중공업 직원 우모 씨는 “전체 선박 주문량 중 10∼20%는 선주가 어드레스 커미션을 요구한다”며 “검찰 조사에서도 처음엔 업계 관행이라고 말했지만 논란이 생겨 ‘관행으로 볼 수 없다’고 고쳐 진술했다”고 밝혔다. 15일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현대미포조선 간부 이모 씨도 같은 취지로 진술했다.

권 회장은 역외 탈세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외에도 국내 조선소로부터 어드레스 커미션을 받는 방식 등으로 회삿돈 900여억 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를 받고 있다. 우 씨는 “권 회장이 현대중공업과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발주 계약을 할 때 배 값의 1%에 해당하는 92만 달러의 커미션 계약을 했다”며 “정상적인 내부 승인 절차를 거쳐 지급했다”고 진술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