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10시경 서울 112신고센터로 다급한 여자 목소리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 속 여성은 비명을 지르며 “성폭행”이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말하고는 이내 끊었다. ‘수원 20대 여성 피살사건’을 겪은 경찰은 긴급 상황으로 판단해 신고자의 휴대전화 위치를 추적하고 인근 지구대 경찰과 강력계 형사를 출동시켰다. 하지만 경찰이 현장에 도착해 보니 신고 전화를 건 사람은 친구들과 태평히 놀고 있던 대학생 이모 씨(19)였다.
신고 15분 전. 이 씨와 고교 동창 2명은 서울 송파구 방이동의 한 공원에서 다른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심심해진 동창 2명이 간지럼을 잘 타는 이 씨의 옆구리를 간질이기 시작했다. 이 씨는 “계속 간질이면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경고하다 끝내 여자 목소리로 112에 신고한 뒤 끊었다. 이 씨는 신고 직후 ‘신고가 접수됐다’는 경찰의 문자메시지를 받고서야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았지만 금세 자신을 찾아온 경찰과 마주쳐야 했다. 이 씨는 경찰 조사에서 “친구들이 장난을 쳐서 순간 허위로 신고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송파경찰서는 “장난전화로 인한 경찰력 낭비를 가볍게 볼 수 없다”며 이 씨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했다고 15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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