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순천지원의 ‘그림자 배심원’ 법원-주민 소통

재판 결과엔 반영 안돼

18일 오전 11시 광주지법 순천지원 3층 소회의실. 택시운전사 서모 씨(51) 등 7명이 최수환 순천지원장으로부터 그림자 배심원 위촉장을 받았다. 최 지원장은 “그림자 배심은 시민들에게 사법권 일부를 돌려주는 것으로 지역 발전을 위해 현명한 판단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지방법원에서는 국민 참여재판이 가능하지만 지원 단위에서는 그림자 배심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이들은 그림자 배심 3기로 벌금형 선고 형사재판을 지켜보게 된다. 서 씨 등은 최창훈 순천지원 공보판사로부터 재판에 대한 설명, 배심 절차 소개, 사건 소개를 받았다. 이들은 방청석에서 형사사건 2건의 의견을 판결 선고 이후 전달하게 된다.

국민 참여재판은 배심원 의견이 재판에 참작사유가 되지만 그림자 배심은 의견이 재판에 반영되지 않는다. 그림자 배심은 재판과정을 시민들에게 공개하고 시민들의 의견을 듣는 등 재판에 참여하는 기회를 갖는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순천지원은 올 4월 전국 지원에서는 처음으로 그림자 배심을 시행해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형사재판 1기 그림자 배심원으로 참여한 대학생 박모 씨는 소감문에 “그림자 배심원은 판사 입장에서 사건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그림자 배심원으로 참여한 시민 21명도 대학생,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교수, 회사원 등으로 다양했다.

같은 날 오후 3시경 순천지원 304호 형사법정에서는 모의 청소년 법정이 열렸다. 순천의 한 중학교 학생들이 판사, 변호사, 증인, 피고인, 법원 경위 역할을 맡아 재판을 진행했다. 학생들은 법원 구속 피고인 대기실, 검찰청과 지하로 연결되는 호송통로, 성폭력 피해자 등의 분리 증언을 위한 영상 증언실을 둘러봤다. 청소년 법정은 지난달부터 3차례 진행되고 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