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건보 적용 안되는 진료라도 환자에 필요땐 제한적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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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9일 03시 00분


‘임의 비급여’ 기존판례 변경… 병원이 ‘진료 정당성’ 입증해야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행위라도 의학적 필요성이 인정되면 제한적으로 허용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건강보험 체계의 안정성’을 중시해 온 정부당국 대신 ‘진료선택권 보장’을 주장한 의료기관 측의 손을 들어준 것이어서 의료계에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8일 가톨릭대 의대 부설 여의도성모병원이 “96억여 원의 과징금 부과 처분과 19억여 원의 요양급여비 환수 결정을 취소하라”며 보건복지부 장관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 상고심에서 “바뀐 판례에 따라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비급여 진료행위가 시급성과 의학적 필요성을 갖췄고 환자에게 충분한 설명을 통해 동의를 구했다면 옛 국민건강보험법 52조 ‘부당이득의 징수’ 규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이번 판결은 병원이 건강보험의 틀 밖에서 임의로 비급여 진료행위를 하고 그 비용을 환자에게 부담하게 하는 행위를 예외 없이 부당한 것으로 봐왔던 기존 판례를 바꾼 것”이라며 “다만 임의비급여 진료행위가 부당하다고 볼 수 없는 사정은 병원이 입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1, 2심은 임의비급여 진료 허용 여부에 대한 명확한 기준 없이 원고 전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고 승소 취지를 인정하되 바뀐 판례에 따라 여의도성모병원이 정당성을 입증할 수 있는 임의비급여 진료 행위가 어디까지인지 명확히 따진 뒤 과징금 부과 여부를 판단하라는 취지로 항소심을 파기했다.

여의도성모병원은 2006년 4∼9월 백혈병 환자 골수검사에 척추성형수술용 바늘을 사용하고 심장독성방지제를 항암제와 함께 투여하는 등 임의비급여 진료를 통해 진료비를 부당하게 징수했다는 이유로 과징금 부과 등 처분을 받자 소송을 냈다. 하지만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일부 백혈병 환자들이 “병원이 충분한 설명과 함께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어 향후 파기환송심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임의비급여 진료 ::

병원이 진료비를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비급여로 처리하는 진료 행위. 건강보험 혜택이 없어 진료비를 환자가 100% 부담한다. 병원이 자의로 진행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건강보험법상 불법으로 간주돼 왔다. 주로 신의료기술이나 아직 승인되지 않은 약제 등에 제한적으로 임의비급여를 적용해왔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임의 비급여 진료#대법원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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