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남구 대명동 안지랑 고가교 삼거리 옆 앞산 맛둘레길에서 시민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손님들이 아주 좋아하죠.” 대구 남구 대명동에서 레스토랑을 경영하는 김영수 씨(61)는 18일 앞산 맛둘레길의 의미를 이렇게 말했다. 이번 사업의 주민 대표인 그는 “깨끗하고 쾌적한 분위기 덕분에 사람들의 발길이 늘고 있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대구 앞산 먹거리 타운 일대가 매력적인 공간으로 바뀌었다. 18일 맛둘레길 1차 사업이 끝나면서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것. 2014년까지 100억 원이 들어가는 이 사업은 이날 대명고가교삼거리 옆 앞산빨래터공원∼현충삼거리 구간(1.5km)에 다양한 휴식공간과 문화시설 공사를 마쳤다. 폭 1m였던 인도를 최대 10m까지 넓혀 걷기 좋은 거리로 만들었다. 전봇대와 전선은 땅속으로 넣어 거리가 깔끔해졌다. 넓어진 공간에는 나무와 꽃으로 가꾼 산책로를 만들었다. 밤에는 곳곳에 조명을 밝혀 분위기가 색다르다. 음식점 40여 곳은 획일적인 간판을 떼어내고 개성을 살린 간판을 내걸었다. 손님 정수정 씨(27·여·서구 평리동)는 “예전보다 훨씬 젊어지고 생동감이 넘친다”고 했다.
1980∼1990년 앞산 일대는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풍성해 나들이 장소로 손꼽혔지만 1997년 앞산 순환도로가 개통된 후 사정이 달라졌다. 자동차 통행량은 늘었지만 도로 아래쪽을 지나는 사람이 크게 줄면서 70여 곳이던 음식점도 절반가량 문을 닫았다.
2000년 중반부터 변화가 일어났다. 커피전문점과 레스토랑 40여 곳이 현충 삼거리에 ‘카페거리’를 만들면서 서서히 활기를 되찾았다. 이름부터 정겨운 맛둘레길은 변화의 중심이다. 주민들은 2차 사업으로 서울 인사동이나 이태원 거리처럼 ‘그곳은 뭔가 다르다’라는 특색 있는 공간을 꾸밀 구상을 하고 있다. 올해 5월 맛둘레길 축제를 처음 여는 등 일부 사업은 시작했다. 맛둘레길 소식지를 만들고 시식 행사도 열어 ‘스치는 곳이 아닌 머무는 공간’으로 만들고 있다. ‘맛집 연구회’도 운영하고 있다. 이 사업에 참여하는 홍경구 대구대 교수(39·도시지역계획학과)는 “주민들이 동네 발전을 위해 다양한 고민을 하는 의지가 소중한 성과”라고 말했다.
국토해양부가 최근 전국 36개 지자체에서 추진하는 도심재생사업을 평가해 맛둘레길을 1위로 선정했다. 28일에는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가 이곳을 답사한다. 임병헌 남구청장은 “정부가 책자와 인터넷을 통해 알릴 계획이어서 맛둘레길 명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남구 1호 주민주도형 사업을 성공시켜 대구의 맛을 상징하는 거리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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