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민족사관고에 들어간 윤준홍 군(15)과 서울 하나고에 진학한 윤성배 군(15)은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중학교 시절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다는 점. 다른 하나는 과외나 학원 수업 없이 혼자서 공부했다는 점이다.
두 학생은 ‘자기주도학습’을 누구보다 훌륭하게 해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지난해 중3 때에도 혼자 쌓은 수학실력을 교외 경시대회에서 발휘해 상을 받았다. 사교육을 받지 않고 어떻게 우수한 고등학교에 입학했을까.
○ 쉬운 문제라고 소홀히 하지 않아
하나고 신입생인 윤성배 군의 공부 원칙은 간단하다. ‘처음부터 무거운 것을 들 수는 없다.’ 그는 중학교 시절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다. 공부를 항상 차근차근했기에 가능했다.
예를 들어 수학을 공부할 때는 교과서→익힘책→문제집을 차례로 풀었다. 쉬운 문제를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 어려운 문제로 넘어가는 식이다. 문제집은 개념에서 문제의 순으로 익혔다. 또 쉬운 문제집에서 어려운 문제집으로 차례차례 수준을 높여갔다.
영어도 마찬가지였다. 중학교 1, 2학년 때엔 단어 외우기에 집중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단어가 가장 기본이 되고 또 가장 오래 남는다고 생각해서다. 단어를 외울 때도 수학과 비슷했다. 기본적인 의미를 담은 단어를 먼저 외웠다. 다음은 동의어나 반의어였다.
그는 “혼자 공부했기에 어느 과목에서건 단계별로 공부한다는 원칙을 지켰다. 책 읽기도 처음에는 재미있는 만화에서 시작해 ‘먼 나라 이웃나라’를 계기로 깊이 있는 책으로 옮겨갔다”고 말했다.
민사고 1학년인 윤준홍 군은 “미련해 보이는 반복이 가장 중요한 재산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시작한 학습지를 중학교에 가서도 계속했다. 하루에 5장씩, 하루도 빼놓지 않고 풀었다. 단순한 문제를 계속 풀었다.
지루해 보였지만 그런 미련함이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기초가 탄탄했기에 중학교 때 ‘실력 정석’을 혼자 풀면서 남보다 앞서 나갔다.
스스로는 영어에 약하다고 생각했는데 민사고에 들어가려고 공부시간을 늘리면서 자신의 실력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 영어유치원이나 학원을 다니진 않았지만 어릴 때부터 습관적으로 영어 테이프를 듣고 틈이 나면 원서를 읽은 결과였다.
그는 “급박한 시험 시간에 쉬운 문제를 10초씩만 빠르게 풀어도 어려운 문제를 검토할 시간이 3∼4분은 더 생긴다. 기초를 탄탄하게 다지면 어려운 내용을 공부하기가 한결 쉽다”고 말했다.
○ 무턱대고 따라 하지 말기
두 학생은 기본에 충실한다는 원칙을 바탕으로 자신에게 잘 맞는 공부법을 찾았다. 윤성배 군은 노트에다 빽빽하게 필기하지 않았다. 그 대신 교과서의 여백에 중요한 단어만 적었다.
시험을 준비할 때는 이런 키워드를 중심으로 학교에서 받은 보조물을 함께 공부했다. 노트 필기를 통해 모든 내용을 외우려하기보다는 중요한 부분을 챙기는 방법이 효과적이라고 믿었다.
윤준홍 군은 노트 필기를 꼼꼼하게 했다. 또 시험이 다가오면 대단원 중단원 소단원을 자신의 머릿속에 그려보면서 정리했다. 잘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으면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다.
문제 하나를 놓고 길게는 2, 3시간을 고민한 적도 있다. 최대한 혼자서 노력하고 나서 답지와 해설을 보며 원리를 찾으려 했다. 그는 “혼자 공부하면 자신의 방법대로 공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어떤 식이든 꾸준히 하면 된다”고 말했다.
윤성배 군은 어려워하던 과학 과목에서 모르는 부분이 나오면 교사나 친구들에게 망설이지 않고 물었다. 비슷한 눈높이를 가진 친구들의 말을 들으면 이해하기가 훨씬 쉬웠다고 그는 얘기했다.
두 학생의 공통점은 또 있다. 내신 점수를 잘 받는 데 그치지 않고 독서를 폭넓게 했다. 윤준홍 군은 “꾸준히 역사책을 읽지 않았다면 청나라의 지정은제(은본위 조세제도)에 대해 설명해보라는 민사고 면접 물음에 답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꾸준히 책과 신문을 읽는 습관이 혼자서 공부할 수 있는 힘의 밑바탕이었다”고 말했다.
윤성배 군 역시 “과학을 어려워했지만 오히려 교내 과학토론대회에 나가 상을 받으며 자신감을 가졌다. 점수만 따면 된다는 생각보다 독서나 대회 출전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쌓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얘기했다.
:: 자기주도학습 ::
학습 참여 여부, 목표 설정, 교육 프로그램 선정, 평가 등 공부하는 과정 전체를 학습자 스스로가
선택하고 결정하는 방식. 주로 사회교육이나 성인교육에서 강조한 개념이었지만 최근에는 능동적으로 공부하면 창의력까지 생기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초중고교에서도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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