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청각으로 사람 살린 시각장애인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20일 03시 00분


익사 위기 몰린 대학생 비명 듣고
119 신고… 구조대 긴급출동 도와

“살려주세요.”

지난달 23일 오후 4시경 제주 중문해수욕장 백사장. 수학여행을 온 대전맹학교 재활과정(후천적 시각장애인의 고등부 과정) 2학년생인 조경효 씨(53)의 귀에 날카로운 비명이 연이어 들렸다. 시각장애 3급인 그는 눈으로 어떤 상황인지 확인할 수 없었지만 위급한 상황이라는 생각에 119로 전화를 걸었다.

119의 연락을 받은 경찰 구조대가 순식간에 긴급 투입돼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대학생을 발견하고 가까스로 구조했다. 하지만 응급조치에도 대학생은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여행을 온 조 씨 일행은 다음 일정 때문에 현장을 떠나야 했지만 버스 안에는 무거운 침묵만 흘렀다. 버스 곳곳에서 대학생이 의식을 회복하기를 바라는 기도 소리가 들렸다.

20분쯤 후 조 씨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대학생이 의식을 회복했다는 경찰 구조대의 연락이었다. 숨을 죽인 채 조 씨의 소식을 기다리던 버스 안의 학생과 교직원들은 벅찬 감격과 환호에 휩싸였다.

조 씨는 “어렴풋했지만 제게 생명을 구할 수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으니 운이 참 좋았던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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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휴지통#시각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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