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전북 부안에서 두 딸을 살해한 엄마는 실체도 없는 사이비 종교에 빠져 범행을 저질렀던 것으로 밝혀졌다. 전주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김현석 부장판사)는 19일 자신의 두 딸을 살해한 혐의(살인)로 구속기소된 권모 씨(38)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권 씨는 3월 전북 부안의 한 모텔에서 자신의 첫째 딸(10)을 욕조에서 익사시키고 둘째 딸(7)을 베개로 질식사시킨 혐의다. 하지만 엄마가 믿었던 ‘기계교(敎)’는 딸의 친구 엄마가 ‘질투심’으로 조작해낸, 세상 어디에도 없는 거짓이었다. 사이비 종교의 황당한 지시에 따라 돈을 바치고 딸들을 학대하다 생활고에 못 이겨 두 딸을 살해한 것으로 재판과정에서 밝혀졌다.
19일 법원 등에 따르면 권 씨는 2010년 3월 학부모 모임에서 딸의 친구 엄마인 양모 씨(32)를 알게 됐다. 양 씨는 대학 전산실에 일하고 있으며, 멘사(MENSA·IQ 148 이상이 가입하는 모임)의 회원이라고 속였다. 권 씨는 양 씨를 동경하게 됐고, 그의 말을 따르게 됐다. 양 씨는 권 씨에게 “‘시스템(기계교)’이라는 게 있다. 시스템이 지시하는 대로만 따르면 잘 먹고 잘살 수 있다”고 권했다. 양 씨의 말을 믿은 권 씨는 시스템에 가입했고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내려오는 지령을 충실히 수행했다.
처음 내려온 지령은 ‘빨래를 하라’ ‘집 앞에 피자를 사다 놓으라’ 등 사소한 것이었다. 하지만 지령을 어긴 대가로 ‘벌금’이 내려왔고, 지령도 ‘아이들을 잠재우지 말라’ ‘소풍 보내지 말라’ 등 말도 안 되는 것으로 변해갔다. 양 씨는 권 씨의 큰딸이 ‘시험에서 0점을 맞으라’라는 지령을 무시하고 시험지 답안을 작성했다는 이유로 내연남 조모 씨(38)를 시켜 회초리로 100대를 때렸고 전주역 앞에서 노숙하라는 지시를 어긴 것으로도 매질을 했다. 지시를 따르지 않을 때마다 벌금으로 세탁기 등 가전제품을 사와야 하고 돈도 줘야 했다. 권 씨가 양 씨에게 준 돈만 1억4000만 원이 넘는다. 이로 인해 6000여만 원의 빚을 진 권 씨는 2년 만에 지령 따르길 포기했다. 삶은 피폐해졌고 아이들은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해 피골이 상접했다. 이 시스템에 줬다는 돈은 모두 양 씨가 받아 챙겼다. 생활고와 빚 독촉을 이기지 못한 권 씨는 결국 3월 8일 부안 격포 모텔에서 큰딸과 둘째 딸을 살해했다.
재판 과정에서 사이비 종교와 같았던 시스템은 양 씨가 지어낸 것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간 시스템이 보낸 지령이라 믿었던 모든 메시지는 양 씨가 보낸 것이었고, 돈은 양 씨가 쇼핑으로 탕진해버린 상태였다. 양 씨가 주장한 ‘기계교’라는 종교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양 씨는 재판에서 “권 씨 딸이 내 아들보다 똑똑한 것 같아서 골탕 먹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양 씨와 내연남 조 씨는 살인교사와 아동학대, 사기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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