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 의사회 “내달 1일 5개 질환 수술거부 강행”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20일 03시 00분


의협, 다시 강경책 돌아서… “여론조사로 최종 결정 맹장 등 응급수술은 계속”

대한의사협회가 포괄수가제 시행에 반대하기 위해 당초 계획대로 다음 달 1일부터 일주일간 응급수술을 제외한 수술은 하지 않겠다고 19일 밝혔다.

앞서 의협은 수술 거부를 결정했다가 환자를 볼모로 정부와 협상한다는 비난을 받자 여론조사 결과를 보겠다며 입장을 번복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수술을 거부하는 병의원 명단을 공개하고 퇴출운동을 벌일 방침이어서 포괄수가제를 둘러싼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의협과 수술 거부 방침에 합의한 의사회는 산부인과 안과 외과 이비인후과 등 4곳이다. 이 단체들은 포괄수가제가 적용되는 백내장, 편도, 맹장, 탈장, 치질, 제왕절개 분만, 자궁 수술 등 7개 질환 중에서 맹장 및 제왕절개 등 응급수술만 하기로 했다.

안과의사회와 산부인과의사회는 정부의 대응을 봐가며 수술 거부 기간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한때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것과 의사 본연의 사명은 별개다. 제왕절개 수술 거부는 없다”며 물러서는 듯했지만 16일 상임이사회 투표를 통해 의협 방침에 따르기로 했다.

의협이 수술 거부 방침을 굳힌 이유는 여론조사 결과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나올 것이라는 기대 때문으로 보인다. 의협은 독자적으로 여론조사를 하다가 18일 정부에 공동조사를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노환규 의협회장은 “안과의사회 회원들이 지난주 병의원을 찾은 환자 17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했다. 아직 결과가 나오진 않았지만 포괄수가제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90% 이상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의협은 같은 방법으로 외과, 이비인후과, 산부인과 병의원에서도 환자들에게 설문지를 돌릴 예정이다. 전문기관에 의뢰해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설문조사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의 자체 조사는 신뢰도가 낮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의사들이 설립한 인터넷 의료전문지가 문항을 만들었고, 병원을 찾아온 환자들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이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환자는 의사 앞에서 약자인데, 병의원에서 설문조사를 하면 의료계에 유리한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는 환자의 권리나 치료는 전혀 안중에도 없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노 회장은 “다음 달 1일 전까지 설문조사를 완료할 텐데 국민 대다수가 포괄수가제에 반대할 것으로 예상한다. 만약 한 곳의 설문조사에서라도 이 제도를 찬성한다는 결과가 나오면 수술 거부는 철회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유리한 방식의 조사를 통해 원하는 결과를 얻고, 정부와의 협상에 활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의사#포괄수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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