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송정희 부사장(54·사진)은 한국 사회의 유리천장과 부딪치며 살아온 자신의 경험을 이같이 표현했다. 송 부사장은 현재 콘텐츠 서비스를 총괄·기획하는 자리인 서비스 이노베이션 부문장을 맡고 있다. 1977년 서울대 전자공학과에 홍일점으로 입학한 뒤 삼성종합기술원 선임연구원, 서강대 미디어공학과 교수, 정보통신부 IT정책자문관을 거쳐 현재 자리에 오르기까지 여성 동료나 선배가 없는 길만 골라 다닌 그의 이력을 보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야기다.
송 부사장은 여성이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희소가치’를 살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다수의 남성 사이에서 여성으로서 가지는 약점, 한계를 극복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여성만이 가진 장점을 최대한 살릴 필요가 있다”며 “KT 같은 서비스 기업에서는 소비자의 감성을 헤아릴 줄 아는 여성의 섬세한 능력이 그 같은 희소가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앵그리 버드’라는 자신의 별명을 소개하면서 여성의 강점을 살린 조직 내 네트워킹 전략을 펼 것을 주문했다. 스마트한 사고와 냉철한 판단력으로 주요 이슈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쓴소리를 내뱉는 ‘분노(앵그리)’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만 동시에 ‘새(버드)’와 같은 섬세함과 부드러움, 배려를 통해 동료들이 주변에 모여들 수 있도록 따뜻한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송 부사장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KT를 예로 들며 “유리천장이 깨지려면 무엇보다도 조직의 최고경영자(CEO)가 변해야 한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KT는 대졸 신입사원 공채에서 여성 입사자 비율이 30% 정도 되지만 임원은 이석채 회장이 부임한 2009년까지 단 한 명뿐이었다. 내부승진 여성 임원을 키우려면 시간이 더 필요한 인력구조를 감안해 이 회장은 여성 임원을 외부에서 스카우트했다. 송 부사장은 그중 한 사람이다. 송 부사장은 “처음에 내부에서 불만이 없지는 않았지만 지금은 여성 임원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