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위원장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20일 16시 12분


김영훈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께!
김 위원장은 18일 8월 총파업 계획을 발표하며 파업과 전혀 관련이 없는 본인의 기사를 거론했습니다. 위원장은 한국의 고용정책이 국제노동기구(ILO) 보고서를 통해 위기극복 사례로 소개됐다는 기사(동아일보 7일자 A 10면)에 대해 "취재원인 이야나툴 이슬람 ILO 고용정책과장을 만나 보니 '나는 한국 정책을 모범 사례로 평가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며 "명백한 왜곡보도이며 정부 홍보를 위한 여론 조작"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기사 중 "한국이 다른 국가와 달리 예산을 늘리며 일자리를 만드는 데 주력한 것이 돋보인다"는 부분이 왜곡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현장 상황을 녹음한 녹취록을 기사 내용과 비교해 볼까요. ILO 과장은 정확하게 "다른 나라에서는 예산을 많이 줄이는 반면 한국은 일자리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슬람 과장은 "한국을 정책 모범 사례로 꼽은 적이 없다"고 민주노총에 말했다지만 녹취록에서는 "한국 정부의 사례가 좋은 사례로 남을 것 같다. ILO 회원국들과 이 보고서를 공유하겠다"는 말이 분명히 나옵니다. 이게 왜곡보도이거나 여론 조작인가요?
김 위원장은 18일 기자와 통화를 하면서 "이슬람 과장의 정확한 발언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정부 홍보를 위한 여론조작'이라는 말은 성급하고도 잘못된 발언입니다. 차라리 현 정부의 고용정책이 ILO 연구사례가 된다는 게 불만이라고 속 시원히 말하는 편이 나았을 것 같습니다. 물론 2009년 이후 실업률이 줄어든 4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에 한국이 포함된 것은 속이 쓰릴 것으로 생각합니다.
김 위원장의 일부 지적은 겸허히 수용합니다. 김 위원장은 "동아일보 기자 등이 고용부 직원으로 행세해 ILO에 갔다"고 말했습니다. 당초 공개될 예정이었던 한국고용정책보고서 브리핑이 공개되지 않자 고용부의 안내에 따라 저와 내일신문, 매일노동뉴스 기자 등 참석 기자들은 기자 신분을 공개하지 않은 채 들어갔습니다. 현장에서는 '노동전문가'로 소개됐습니다. 국민이 궁금해 하고 의미 있는 보고서 브리핑이어서 비공개임을 알면서도 입장했지만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을 전적으로 수용합니다. 저를 포함한 내일신문, 매일노동뉴스 기자는 고용부 현지 직원의 실수를 걸러내지 못하고 이슬람 과장의 직함을 '부국장'으로 잘못 보도했습니다. 독자에게 정중하게 사과드립니다.
하지만 ILO의 권위를 악용한 한국정부의 언론조작이라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제 말을 못 믿겠다면 공개적인 자리에서 ILO 보고서와 이슬람 과장의 발언 내용을 저의 기사와 함께 검증할 것을 제안합니다. 만약 틀린 부분이 있다면 김 위원장이 국민께 사과하십시오.
독자 여러분을 위해 이야나툴 이슬람 ILO 과장 발언 녹취록을 아래에 첨부합니다.

<이야나툴 이슬람 ILO 과장 발언 녹취록>

□ Yan Islam ILO 고용정책국 과장
일단 한국정부에서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국정부와 같이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어서 매우 좋은 기회였습니다. 재정적으로는 큰 지원을 받지는 않지만 이 보고서가 가진 임팩트는 매우 큽니다.
그리고 김왕 국장께서 국제노동기구 노동정책국에 큰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이 보고서는 한국에 계시는 조준모 교수와 하병진씨가 작성하였으며, 지금 거의 완성 단계입니다.
보고서의 제목은 경제위기를 통한 일자리 중심적인 한국의 경제·사회정책의 발전(Development of Job-Centred Economic and Social Policy through Two Economic Crises)입니다.
ILO의 4가지 목표(objective)는 국제노동기준 수립, 양질의 일자리 창출, 사회적 보호 및 사회적 대화입니다.
보고서를 작성한 부서는 ILO 고용정책국입니다. 저희 부서에서는 Global Product를 개발하고 있으며, 전 세계의 고용 이슈를 대상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 보고서의 시리즈 중에서는 이미 중국과 베트남에 관련된 보고서가 작성되어 있습니다.
보고서를 브리핑하겠습니다. 한국은 97년에 아시아 경제위기를 겪었고 2007년부터 2008년까지 글로벌 경제위기를 겪었습니다. 한국정부는 2007년부터 특히 고용 중심의 정책을 펼쳤고, 고용기관을 강화시킨 것으로 보입니다.
2008년부터는 일자리가 한국 국정 운영의 중심이 되어 있습니다. 여러 사례 중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한국정부가 실시한 세제개혁과 복지개혁입니다.
정부는 현재 여러 개의 일자리 창출 동력을 시행하고 있으며, 녹색일자리, 제3섹터(서비스 산업 강화), 근로시간 단축 등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한 고용평가제도를 포함한 여러 고용정책들을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중 열린고용정책이 매우 인상적이였으며 이것을 통해 고등학생들이 사기업과 공기업에 더 많이 진출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한국정부의 2012년 일자리 예산입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예산을 많이 줄이고 있는 반면에 한국에서는 일자리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한 이번 경제위기와 97년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사회적 대화를 추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동 보고서 15쪽의 청년고용 관련 분류에서는 ILO에서 사용하는 분류(clarification)뿐 아니라 한국에서 사용하는 분류방식을 동시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16페이지의 그래프는 ILO의 분류와 한국의 분류를 토대로 비교 분석한 것입니다.
보고서를 통해 많이 배웠고, ILO 회원국들과 이 보고서를 공유할 계획입니다. 한국 정부의 사례가 좋은 사례로 남을 것 같습니다. 이로써 보고서의 브리핑을 마치겠습니다.

박재명기자 jmpark@donga.com

[바로잡습니다]

◇고용노동부는 한국고용정책보고서 검토회의 기자 참석을 위한 별도의 사전 조치가 없었다고 알려왔습니다. 본보 역시 이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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