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사르 습지 등록이 추진되고 있는 서울 한강의 밤섬. 한강에서 유일하게 콘크리트로 둘러싸이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이 덕분에 자연스러운 퇴적작용이 일어나 모래와 자갈이 쌓이니 물고기가 찾아와 산란하는 공간이 됐다. 물고기가 서식하니 철마다 새가 절로 모여 철새의 낙원으로도 불린다. 서울시는 이런 밤섬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20일 파워블로거와 대학생 홍보대사, 한강 자원봉사자 33명을 초청해 ‘밤섬 생태탐방’을 진행했다.
○ 잡풀 무성한 밤섬의 가치는?
이날 오후 2시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을 출발한 배는 7분여 만에 밤섬에 도착했다. 출입이 통제된 곳이라 한강 청소선을 이용했다. 강 한복판에 터를 잡은 섬이지만 밤섬에도 가뭄 흔적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갈대와 억새는 비교적 잘 자라는 것처럼 보였지만 바닥은 가뭄 피해를 입은 논처럼 갈라졌고 탐방대가 지날 때마다 마른 먼지가 뿌옇게 일었다.
민물가마우지가 먹이를 찾는 모습이 눈에 띄었고 최근에 부화한 것으로 보이는 새끼를 이끄는 흰뺨검둥오리 가족이 섬 안의 습지에서 ‘수영 연습’을 하는 장면도 눈에 들어왔다. 물가에서 잘 자라고 홍수 때 며칠씩 물에 잠겨도 잘 버티는 느티나무가 가장 많았고 예전에 밤섬에 살던 주민들이 기념으로 심어놓은 뽕나무 몇 그루도 잎이 무성했다.
대학생 홍보대사인 최수현 씨(이화여대 국어국문학과 2학년)는 “멀리 바다에 나온 것처럼 색다른 느낌”이라며 “서울에 이렇게 수풀이 우거지고 새가 나는 곳이 있다는 게 보고도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밤섬은 평범한 종류의 동식물의 서식지다. 출입이 통제돼 있을 뿐 희귀종은 없다. 밤섬의 생태를 관찰해온 이호영 동국대 생태계서비스연구소 연구원(38)은 “이곳은 서울에서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자연생태가 어떻게 변해 가는지 자연스럽게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가치”라며 “외래종이 들어오고, 퇴적화가 심각해지는 문제도 발생하지만 이 모든 것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이해하며 관찰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1999년 밤섬을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했다. 5년마다 생태 변화를 관찰해오고 있는데 2007년 이후 올해 다시 진행 중이다. 식물은 현재 대표종인 느티나무를 비롯해 170종이 있고 조류는 77종 서식한다. 특히 겨울 철새는 1만여 마리가 머무는 것으로 집계됐다. 퇴적작용이 심해 상류 쪽인 윗섬에는 주로 자갈이 쌓이고 중간 지점에는 모래, 하류 쪽 아랫섬에는 진흙이 두꺼워지고 있다. 1985년 측정 때 17ha였던 밤섬 면적은 2008년 측정 결과 27ha로 늘었다. 올해도 측량이 진행 중인데 더 늘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 개방이냐 폐쇄냐
람사르 습지 등록을 추진하는 서울시는 등재가 성사될 경우 수도권에서 처음 맞이하는 경사로 보고 후속 조치를 마련할 계획이다. 가장 먼저 지금보다 세밀하게 동식물 생태를 관찰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여기까지는 별문제가 없지만 람사르 습지 등록을 놓고 서울시가 고심하는 대목이 있다. 지금처럼 출입을 통제하고 폐쇄적으로 운영할 것이냐, 아니면 일반에 개방해 습지의 중요성을 체험하게 할 것인가 선택해야 하는 문제가 그것. 이 연구원은 “전문가도 개방 여부에 찬반으로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시민과 서울시가 모두 지혜를 모아야 한다”며 “어느 경우든 장단점이 있는 만큼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임광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장은 “람사르 습지 등재가 확정되면 환경부와 협의해 구체적인 생태 모니터링 계획을 만들 것”이라며 “밤섬 활용 방안에 대해서는 시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결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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