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확하게 결론을 내긴 어렵지만 시민들이 바라는 정답은 4번을 뺀 나머지 전부일 듯하다. 그러나 적어도 행정적으로 산사태 피해를 예방하고 관리하는 주체는 산림청이다.
산림청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산사태가 나면 사후 복구를 중심으로 일해 왔다. 그러나 서울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가 발생한 이후 선제적 예방·대응 체계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목표는 산사태 사상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본보가 지적한 산사태 위험지 관리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을 비롯해 전국 지자체와 함께 산사태 우려지역 기초조사와 실태조사를 6월 말까지 마치기로 했다. 이를 토대로 도심생활권의 산사태 취약지역을 위주로 예방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다.
계획대로 사업이 추진돼 산사태 사상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는다면 정말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실상은 여전히 불안하다. 산림청의 3대 산림재해는 산불 병해충 산사태다. 산림청은 산림보호국 산하에 산불방지과와 산림병해충과를 두고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그러나 산사태를 전담하는 부서는 찾아볼 수 없다. 치산복원과 직원 9명이 백두대간 보전, 사방사업, 산림 복원을 비롯해 산사태 예방 업무를 나눠서 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산사태를 전담하는 직원은 단 2명에 불과하다.
효율적인 대응을 위해 올해 산사태방지과를 신설하고 정원을 15명 늘리는 방안을 행정안전부와 협의하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난항을 겪고 있다. 기본적으로 공무원 정원을 늘리는 게 쉽지 않아서다. 산림청 본청 직원이 258명밖에 되지 않다 보니 다른 업무를 포기하고 전담부서를 만드는 일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지난해 산림보호법이 개정돼 산사태 예방·대응 업무가 대폭 늘었기 때문에 조만간 전담부서가 어떻게든 생겨나겠지만 장마를 코앞에 두고 있는 현재 산사태 전담 직원은 여전히 2명인 셈이다.
지자체의 무관심도 여전하다. 그나마 서울시가 지난해 우면산 산사태 이후 산사태와 급경사지 안전관리업무를 전담하는 산지방재과를 신설했지만 그 전까지는 도심 산사태의 심각성을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나머지 지자체도 사정은 비슷하다. 그렇다 보니 올해 다른 곳에서 집중호우로 제2의 우면산 산사태가 나지 말란 법도 없는 셈이다.
비록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기는 하나 정부와 지자체가 이제라도 산사태의 위험성을 깨닫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은 다행이다. 올해 산림청은 5월부터 10월까지 5개월 동안 산사태예방지원본부를 설치해 운영하기로 했다. 관건은 소방서와 경찰서, 그리고 각 지자체가 얼마나 유기적으로 협조하느냐다. 산사태가 나서 피해가 생기면 그 책임을 누가 져야 할지 따지기 전에 지자체와 정부, 그리고 주민들 모두가 나서서 산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 주민은 위험해 보이는 지역을 정부 관계 기관에 신고하고 정부는 그 목소리 하나 소홀히 여겨선 안 될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