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신고를 받고도 현장을 확인하지 않은 ‘경기 수원중부경찰서 112 신고 묵살사건’은 경기지방경찰청과 수원중부서, 파출소 순찰차 직원들의 안일한 상황 판단과 총체적 부실 대처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경찰청은 ‘오원춘 사건’ 이후 4월 말 경기청과 일선서의 112신고센터를 112종합상황실로 개편하고 전담 상황실장과 유능한 요원을 선발배치하고 교육까지 했지만 실제 운영에는 상당한 허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보 23일자 A12면 ‘오원춘 그 동네’서 112 신고 또 묵살당해 17일 0시 34분 피해 여성 A 씨(31)의 신고를 받은 경기청 112종합상황실 접수자는 이 사건을 ‘코드2’로 분류하고 수원중부서 상황실에 전산으로 상황만 전파했다. 코드2는 살인 납치 성폭행 등 긴급 출동이 필요한 코드1과 달리 실종신고, 범행이 끝난 절도사건 등에 해당된다. A 씨는 당시 “아침부터 맞았는데, 빨리 좀 와 달라”고 분명히 긴급 상황임을 전달했으나 경기청 신고 접수자가 이를 무시한 것이다. 출동조차 필요 없는 일반 질문은 코드3으로 분류한다. 코드1로 분류하면 경기청 상황실에서 직접 해당 파출소 순찰차와 일선서 상황실에 지령을 내린 뒤 최종 종료 상황까지 보고받는다.
상황을 전파받은 수원중부서 112종합상황실은 곧바로 행궁파출소 순찰차에 무전으로 출동지령을 내렸다. 무전지령과 함께 순찰차 IDS시스템(순찰자 내비게이션에 문자로 뜨는 지령 시스템)을 통해 문자지령이 동시에 전달돼야 했지만 이날 이 시스템은 먹통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행궁파출소 순찰차 직원들은 무전으로 전달된 지령을 글로 받아 적어가며 출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원중부서 상황실은 또 출동했던 행궁파출소 순찰차가 ‘신고한 사실이 없다’는 가해자 말만 믿고 피해 여성의 집 400여 m 앞에서 차를 돌리고 ‘종결처리 하겠다’는 보고를 받았지만 “피해 여성이 있으니 집 안까지 확인을 다시 해 달라”등의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
경기청 관계자는 “2010년 도입된 사전통보제에 따라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하면서 신고자에게 전화를 거는 경우는 교통사고 처리 지연이나 간단한 민원, 신고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현장상황 확인 등에 해당하지 이번처럼 가정폭력이나 살인 납치 사건은 제외된다”고 설명했다. 경찰관이 폭행 사건이 일어난 집에 전화를 걸어 폭행을 확인하거나 위치를 재확인하는 것 자체가 적절한 대응요령에 어긋나는 행위라는 애기다.
경기청은 행궁파출소 순찰차의 IDS시스템이 먹통이었던 게 단말기 때문인지, 경기청 상황실의 서버 문제인지 확인하고 있다. 또 이번 사건 관련자들을 상대로 감찰조사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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