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의 집단 운송 거부가 시작됐지만 우려했던 ‘물류대란’이나 대규모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첫날 운송 거부 비율이 물류대란이 일어났던 2008년 총파업 당시의 첫날과 비슷해 파업이 4년 전처럼 점차 확산된다면 물류대란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찰은 파업 전날 영남권 화물연대 미가맹 차량 27대를 방화한 용의자가 탔을 것으로 의심되는 차량 2대를 확인해 당시 차량 행적과 소유주의 행방을 집중 추적하고 있다.
○ 오후부터 높아진 파업 참여율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25일 오후 6시 현재 운송 거부에 동참한 차량은 1570대에 달했다. 부산항과 평택항 등 주요 항만과 의왕내륙컨테이너기지(ICD) 등에 소속된 전체 1만105대 차량 중 15.5% 수준이다. 2008년 총파업 당시에는 첫날 오후 10시 기준으로 18.3%의 차량이 운송을 거부했다.
낮 12시까지 2.7%에 그쳤던 운송 거부율은 출정식이 끝난 오후부터 올라가기 시작했다. 당초 이날 오전 9시 화물연대 인천지부가 인천 중구 항동7가 롯데마트 앞 사거리에서 열기로 했던 파업 출정식은 참가자가 적어 오후 1시로 연기되기도 했을 정도로 호응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부산항 컨테이너 운송차량의 절반 가까이가 운송을 거부하자 파업 참여율은 급격히 올랐다. 화물연대는 “2008년 6월
총파업 때도 정부는 첫날 물류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며 “미가맹 운전사들이 참여하는 26일부터 본격적으로 파업이 확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파업 확산의 ‘바로미터’인 컨테이너 장치율(항만 내 컨테이너 적재능력 대비 실제 적재량)은 이날
전국적으로 44.4%를 나타내 평시(44.5%)와 큰 차이가 없었다. 반면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평시(7만2633개)의 56.2%
수준인 4만857개에 그쳐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수출입 물류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의왕ICD에서는 파업 불참 화물운전사 차량에 일부 화물연대 조합원이 날계란을 던져 잠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 이봉주
화물연대 서울경기지부장과 박원호 부산지부장은 각각 26m와 104m의 철탑에 올라가 협상 타결 때까지 농성을 계속할 방침이다.
○ 핵심 쟁점은 표준운임제
이번 파업에서는 사실상 ‘최저운임’을 정하는 표준운임제가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표준운임제는 화주와 운송회사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운임구조 대신 운송 거리와 화물량 등을 기준으로 운전사와 화주, 운송회사 등이 표준 운임을 결정해 이를 따르는 것을
뜻한다. 표준운임제가 도입될 경우 운전사는 최소한의 이윤을 보장받아 ‘최저임금’의 효과를 볼 수 있다. 국토부와 화물연대는
2008년 총파업 당시 표준운임제 법제화에 합의했지만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화물연대는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 표준운임을 규정한 후 어길 경우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정부는 현행 신고운임제를 유지하면서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권고사항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처음에는 표준운임 거부 업체에 대한 직접적인 제재를 고려했지만 총리실 및 지식경제부 등의 반대가
심했다”며 “형식상 지입차주와 운송회사의 관계가 ‘사인 간 계약’인 만큼 시장경제체제에서 도입하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화물연대는
표준운임을 강제하지 않을 경우 파업을 철회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협상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제단체들은 이날 성명을 통해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유럽 재정위기의 영향으로 수출이
감소하고, 가계 부채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화물연대 파업은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이번 사태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화물연대는 우선
업무에 복귀하고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풀어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용의차량 2대 확인 소유자 집중 추적
영남권 화물차 27대 연쇄방화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방화범이 탄 것으로 의심되는 차량 2대를 파악해 집중 수사를 벌이고
있다. 울산지방경찰청 오병국 수사과장은 25일 “불이 난 현장 주변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결과 의심차량 2대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차량은 24일 오전 1시 반경 울산에서 국도 7호선을 이용해 경북 경주로 가는
모습이 CCTV에 찍혔다. 이어 이날 오전 1시 17∼40분에 경북 경주시 외동읍 입실리 한우직판장 앞 공터에 서있던 25t
화물차 2대에서 불이 났다. 불이 난 직후 이 차량은 울산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다시 CCTV에 찍혔다. 이 차량이 울산으로 내려온
직후인 이날 오전 1시 40분경 경주와 인접한 울산 북구 중산동에서 화물차 2대에 불이 났다. 경주와 울산에서 불이 난
중산동까지는 7, 8분이 소요되는 점에 비춰 의심차량으로 보인다고 경찰은 밝혔다.
B차량은 경주에서 울산으로 오는
모습이 24일 오전 2시 반경 국도 7호선의 울산∼경주 경계지점 CCTV에 찍혔다. 이 차량은 이날 오전 3시 20분경 울주군
청량면 구 덕하삼거리에서 촬영됐다. 경찰은 이 차량이 울산 경계지점에서 울주군 청량면까지 이동시간이 너무 길었고, 울산에서 24일
불 탄 화물차 14대 가운데 이 시간대에만 11대가 불에 탄 점에 미뤄 이 차량도 의심차량으로 보고 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의왕=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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