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뒤 무표정한 얼굴로 법정을 나서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2008년 ‘7·3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전당대회’ 당시 고승덕 의원실에 300만 원이 든 돈봉투를 전달하라고 지시한 혐의(정당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된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김효재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이에 따라 두 사람은 집행유예 기간이 끝날 때까지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함께 기소된 조정만 전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에게는 벌금 500만 원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강을환)는 25일 열린 이들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위법성 및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정당법상 벌금형으로는 선거권에 제한을 가할 수 없어 징역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당원협의회 위원장 등에게 교통비와 식비 등을 제공하는 관행에 따랐을 뿐 대의원들의 의사에 영향을 미치려던 것은 아니었다’고 주장하지만 그런 이유라면 정당 자체적으로 공적인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당내 경선에 법이 개입하는 것을 두고 논란이 있지만 대의제 민주주의 하에서 정당법은 당내 경선과 같은 당 내부 행사라도 공정하고 깨끗한 선거를 위한 조항을 마련해 놓고 있다”며 “집권 여당 대표를 선출하는 중요한 선거였던 데다 법을 무시하고 돈으로 선거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침해해 온 관행에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선고 내내 김 전 수석은 눈을 감은 채 판결을 들었다. 선고 직후 박 전 의장은 굳은 표정으로 변호사들과 악수를 하며 “수고하셨습니다”라고 한 뒤 법정을 나섰다. 그는 항소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변호사와 상의해 알아서 하겠다”라고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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