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은행 김모 차장(53)은 ‘동기 부여 부족으로 정체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직원’으로 분류돼 지난해 3월 은행 지시로 사설 훈련기관이 운영하는 해병대 훈련 프로그램(2박 3일)에 참가하게 됐다. 그러나 김 차장은 허리디스크를 앓고 있는 6급 시각장애인(양쪽 눈 중 잘 보이지 않는 눈의 시력이 0.02 이하)이었다.
첫날 20분 정도 훈련을 받은 김 씨는 교육진행팀장에게 “집에 가겠다”며 훈련을 거부했다. 팀장은 김 차장을 만류한 뒤 “은행에 문의한 결과 교육 거부 사유서를 제출하고 퇴소할 수 있다”고 통보했지만 김 차장은 무조건 퇴소를 요구했다. 은행은 김 차장에게 “무단 이탈할 경우 연수규정 위반으로 징계를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김 차장은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며 퇴소했다. 은행이 다음 달 정직 6개월의 징계를 내리자 김 차장은 “연수를 빙자한 징벌적 성격의 교육이었던 만큼 거부는 정당하다”며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진창수)는 이달 21일 “해병대 훈련이 정신교육과 신체단련에 일부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김 차장과 같은 경력과 나이, 신체조건을 갖춘 사람의 품위나 인격권을 현저하게 침해한 것으로 보인다”며 “훈련 거부를 징계 사유로 삼을 수 없다”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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