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50대 직원에 해병대캠프 강요한건 부적절”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28일 03시 00분


훈련 거부하자 정직 6개월
은행직원 징계취소訴 승소

H은행 김모 차장(53)은 ‘동기 부여 부족으로 정체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직원’으로 분류돼 지난해 3월 은행 지시로 사설 훈련기관이 운영하는 해병대 훈련 프로그램(2박 3일)에 참가하게 됐다. 그러나 김 차장은 허리디스크를 앓고 있는 6급 시각장애인(양쪽 눈 중 잘 보이지 않는 눈의 시력이 0.02 이하)이었다.

첫날 20분 정도 훈련을 받은 김 씨는 교육진행팀장에게 “집에 가겠다”며 훈련을 거부했다. 팀장은 김 차장을 만류한 뒤 “은행에 문의한 결과 교육 거부 사유서를 제출하고 퇴소할 수 있다”고 통보했지만 김 차장은 무조건 퇴소를 요구했다. 은행은 김 차장에게 “무단 이탈할 경우 연수규정 위반으로 징계를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김 차장은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며 퇴소했다. 은행이 다음 달 정직 6개월의 징계를 내리자 김 차장은 “연수를 빙자한 징벌적 성격의 교육이었던 만큼 거부는 정당하다”며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진창수)는 이달 21일 “해병대 훈련이 정신교육과 신체단련에 일부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김 차장과 같은 경력과 나이, 신체조건을 갖춘 사람의 품위나 인격권을 현저하게 침해한 것으로 보인다”며 “훈련 거부를 징계 사유로 삼을 수 없다”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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