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강간 등 긴급 신고가 들어왔을 때 경찰관이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가 현장을 확인할 수 있도록 ‘긴급출입권’이 신설된다. 경찰관이 출입문을 뜯는 등 가택수색 과정에서 생긴 손실을 정부가 보상하는 규정도 생긴다. 주거침입과 기물파손 논란을 우려해 경찰이 긴급신고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4월 발생한 수원 20대 여성 피살 사건이 이번 개선조치의 직접적 계기가 됐다. 경찰청은 1일 이 같은 내용의 ‘경찰관 직무집행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9월 정기국회에 정부 입법 형태로 상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긴급출입권’은 강력사건 신고가 들어왔을 때 의심이 가는 주택에 강제로 출입해 현장에 있는 사람이나 상황을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이다. 수원 사건 당시 경찰은 범인 오원춘의 옆집을 수상하게 보고 탐문하려 했지만 집주인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1시간 반가량을 허비했다. 이튿날 발생한 평택 여대생 성폭행 사건에서도 경찰은 신고 여성의 위치를 추적해 94가구를 특정하고 탐문수색을 했는데 인기척이 없어 내부를 확인하지 않은 12가구 중 한 곳에서 범행이 이뤄졌다.
경찰관계자는 “사생활 침해나 야간주거침입을 이유로 경찰의 수색 요구를 거부하면 더이상 경찰이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112 위치추적은 수십∼수백 가구 범위로만 위치를 압축할 수 있어 정밀한 가택수색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긴급출입권’을 행사한 이후 소속 경찰관서장에게 지체 없이 보고해야 하는 의무를 넣어 사후 검증 절차도 강화했다.
경찰은 또 적법하게 직무를 집행하다 발생한 물적 인적 피해를 정부가 보상한다는 내용도 개정안에 포함시켰다. 현재는 문을 뜯고 들어갔다가 허탕일 경우 경찰관 개인이 보상해야 해 적극적인 가택수색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적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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