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초 A전자 서울 본사에 근무하는 김모 차장은 충남 공장에 근무하는 직원으로부터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환경 분야 전문가라는 B 씨가 찾아와 “당신네 공장에서 유해한 매연이 대량 배출된다는 증거가 있다”며 문서를 들이밀었다는 것. B 씨는 “트위터에 당신 회사의 문제점을 올리겠다”고 협박하며 돈을 요구했다. 그러나 충남 공장은 단순하게 부품을 조립하는 곳이라 굴뚝 자체가 없는 곳이다. 알고 보니 B 씨의 문서는 조작된 것이었다. 》
그럼에도 A전자는 B 씨에게 돈을 건넸다. 김 차장은 “B 씨는 파워 트위터리안(영향력 있는 트위터 이용자)이기 때문에 트위터상에서 그의 거짓말을 사실처럼 믿는 이가 많다. 그의 입이 회사 이미지를 망칠까 두려웠다”고 말했다.
트위터에 대해 기존 미디어의 한계를 극복할 뉴미디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B 씨처럼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뉴미디어 스나이퍼’들이 등장하면서 여론 왜곡의 진원지로 변질되고 있는 사례도 많다.
○ 유사 언론인 파워 트위터리안
트위터는 인터넷에만 접속할 수 있다면 140자 이내의 단문(短文)으로 빠르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특성을 갖고 있다. 다른 인터넷 서비스와 달리 누군가를 팔로잉하면서 관계를 맺기 때문에 이용자들 사이에 연대감이나 신뢰감이 돈독하다. 문제는 이 같은 신뢰를 악용한 파워 트위터리안이 거짓을 사실처럼 유포하면 피해자가 양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 사례가 지난해 3월 일본 원전사고 이후 국내 식품업계가 겪은 방사능 관련 괴소문. 일부 파워 트위터리안들이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회사에서 방사능에 오염된 일본산 ×× 재료를 쓴다”는 식으로 올린 트윗이 원인이었다.
당시 한 식품회사는 논란이 확대되자 법적 대응까지 검토했으나 결국 포기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확인 결과 거짓 트윗을 보낸 이용자가 경쟁사의 사주를 받았다는 증거를 잡았지만 회사 이름이 다시 거론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웠다”며 소송을 포기한 배경을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디어 분야의 한 교수는 “파워 트위터리안은 대중을 상대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종의 ‘1인 미디어’이지만 권리만 누리고 책임은 지지 않는 유사 언론인”이라고 말했다.
○ ‘주홍글씨’가 되는 거짓 트윗
파워 트위터리안들의 거짓말은 거짓을 최소한의 사실 확인 과정도 없이 보도하는 일부 인터넷 언론과 네이버, 다음과 같은 포털 사이트를 통해 확대 재생산된다.
채선당은 올해 초 임신부 폭행 루머에 휩싸였다. 한 임신부가 “종업원이 내 배를 발로 걷어찼다”는 글을 2월 17일 인터넷 카페와 트위터 등에 게시한 게 발단이었다. 그러나 경찰이 이틀 뒤 폐쇄회로(CC)TV 자료를 확보해 조사했더니 임신부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었다. 채선당 측은 “진실이 밝혀진 후에도 사건 발생 후 두 달 동안은 매출을 예전 수준으로 회복할 수 없었고 특히 젊은층이 많이 찾는 매장에서는 고객들의 발길이 끊겼다”며 “추가 피해가 걱정돼 모든 식품 관련 프로모션 활동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경찰 수사에도 불구하고 일부 인터넷 언론이 임신부의 주장에 비중을 둔 뉴스를 쏟아냈기 때문이다.
사건 발생 이후 4개월가량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인터넷 포털 검색창에 ‘채선당’이라는 단어를 입력하면 ‘채선당 임산부’ ‘채선당 임산부 폭행’과 같은 부정적인 검색어가 함께 뜬다. 채선당 측은 “젊은층을 새 고객으로 끌어들여야 하는데 인터넷 뉴스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민감한 이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로 낙인찍혀 이미지 회복이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트위터 이용자가 검증 없이 다른 트윗 메시지를 무작정 퍼 나르는 행위를 뜻하는 ‘무한RT(리트윗)’도 문제다. 사실이 아닌 내용이라도 ‘무한RT 해주세요’라는 문구를 덧붙여 자신의 트윗을 퍼뜨려 달라고 호소하면 이를 무비판적으로 확산시킨다.
동아일보가 지난달 1일부터 30일까지 ‘무한RT’를 요청한 트윗 중 실제 리트윗이 가장 많았던 사례를 조사한 결과 총 2419회 리트윗돼 전체 순위 2위였던 트윗은 ‘칼로 제 친구를 찔러 죽인 미친놈입니다’라는 내용이었다. 특히 이 트윗엔 특정인의 사진도 함께 올라 있어 인권침해 여지도 있다.
허위 사실을 퍼뜨리고 이를 무비판적으로 다시 유포하는 행위를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찬반이 팽팽하게 맞선다. ‘규제 불가’를 주장하는 이들은 SNS 규제가 인터넷 공간에서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이재진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SNS 규제를 정치적인 문제로만 인식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피해자가 SNS로 입은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는 방법만이라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SNS 분야의 한 전문가는 “트위터는 1인 미디어로 사적인 공간인 동시에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공적인 공간”이라면서 “직접적인 규제가 불가능하다면 SNS 이용자 교육이라도 해서 허위사실이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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