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울 씨(23)는 올해 9월 중국 저장대 국제경제무역학과에 입학한다. 국내 모 사립대에 다니다가 지난해 4월 군 복무를 마치면서 중국 대학 진학을 준비했다.
국내 대학을 졸업하는 것보다 취업 전망이 밝다고 기대했다. 연간 등록금이 480만 원인데다 1년 생활비도 500만 원 정도면 충분해 미국 유학에 비해 경제적 부담이 거의 없다는 점도 중국행을 결심하게 만든 요인이었다. 김 씨처럼 중국으로 유학을 떠나는 한국학생이 크게 늘고 있다. 중국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내 유학생 29만 명 중 한국 유학생은 6만2442명으로 국가별 비중이 가장 크다. 문제는 유학의 효과. 당초 목표를 이루려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 목표 학교에 따른 맞춤형 준비
중국에 진학하는 길은 두 가지다. 대학이 개설한 예과를 거쳐서 입학하거나 본과로 바로 가는 방법이다.
예과는 시험 없이 들어갈 수 있다. 예과에서 일정 교육을 받으면 학교의 추천을 받아 본과로 진학할 수 있다.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예과 과정은 보통 1년 정도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중국어 능력시험인 중국한어수평고시(HSK)에서 5급(새 등급 기준)을 받으면 대부분 대학의 예과 진학이 가능하다. 5급은 중국어 신문과 잡지를 읽을 수 있고 중국어로 된 영화나 TV프로그램을 감상할 수 있는 수준이다. 파고다중국어유학센터에 따르면 중국어를 처음 시작한 사람의 경우 6개월 정도 집중적으로 준비하면 5급을 받을 수 있다.
본과로 바로 진학하려면 대부분 학교별 입학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과목은 중국어 수학 역사 물리 등이다. 베이징대 본과는 매년 3월 초 본과 입학신청을 받아 4월에 필기시험을 치른다. 문과와 이과 모두 중국어(150점), 수학(150점), 영어(100점)를 평가한다. 3과목 총점 기준으로 250점 이상을 받아야 합격권이다.
비중이 가장 큰 중국어 시험은 HSK를 기준으로 5급 상위권에서 최고 등급인 6급의 실력이 필요하다. 수학과 영어 등의 과목은 한국의 수학능력시험보다 조금 쉬운 수준에서 출제된다. 유학생 선호도가 높은 경제·경영계열 전공은 중국에서 이과로 분류되기 때문에 수학 시험을 치러야 한다.
○ 목표 대학과 학과부터 선택
중국은 9월에 새 학년을 시작한다. 이에 따라 대부분 대학들이 3월에서 5월에 걸쳐 전형을 진행한다. 본과 시험은 국내에서 어학자격을 딴 뒤 중국 현지에서 목표 대학의 과목을 중심으로 1년 이상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상당수 대학이 예과를 없애고 있다.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베이징대와 칭화대가 이미 없앴다. 런민대와 푸단대도 9월 학기부터 예과를 폐지한다.
파고다중국어유학센터의 장혜진 매니저는 “최근 중국대학은 외국인 전형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목표 대학과 학과를 확실히 결정하고 요구하는 조건에 맞춰서 어학시험과 본과 시험 과목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 탄탄한 중국어 회화 실력은 필수
HSK 5급 수준이면 대부분의 중국 대학에 입학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더 높은 수준의 실력이 필요하다. 중국에 유학을 갔다가 중간에 그만두는 외국인 학생이 상당수 많다. 중국어 실력을 계속 향상시키지 못해서다.
강재록 씨(24)는 올해 베이징경제무역대학에 입학하기 전에 중국어를 4개월 정도 배웠다. 나이가 많은 편이라 입학 준비를 서둘렀지만 중국어 실력의 한계를 느끼는 중이다. 강 씨는 “중국어 실력을 더 갖춰서 출국하면 현지에서 중국인과 잘 사귀면서 중국어 수준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강의에 나오는 중국어와 젊은 학생들이 사용하는 일상적 표현의 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 한국인끼리 어울리지 말고 중국인 친구를 사귀면서 커뮤니티에서 활동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유학생 모임을 활용하되 중국인과 함께 봉사활동을 하면서 인맥을 쌓아야 한다는 말이다.
○ 적극적인 태도 필요
중국 유학 생활의 특징도 미리 알아야 한다. 중국은 영미권 대학과 달리 외국인 학생과 중국 학생의 기숙사가 분리돼 있다.
교내활동도 외국인 학생과 중국인 학생이 따로 하는 경우가 많다. 봉사활동과 동아리 활동 등에 대한 정보를 외국인 학생에게 별도로 알려주지 않는다.
장 매니저는 “중국 학생과 함께 활동하는 것이 금지된 것은 아니지만 생활 반경이 달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시험에 대한 정보 등을 얻기 위해서라도 중국 학생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르바이트를 통해 학비를 마련하겠다는 생각은 버리는 것이 좋다. 인건비가 낮아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을 하면서 중국어를 익히고 인맥을 쌓는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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