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36년간 생활한 교포 진승섭 씨(63)는 사업차 한국에 들른 지난달 11일 오전 8시 가판대에서 산 동아일보 1면 기사를 보고 놀라 곧바로 택시를 잡았다. “민주통합당 임수경 의원의 ‘탈북자는 변절자’라는 폭언을 들은 여명학교 청소년들이 큰 충격에 빠져있다”는 기사였다. 20여 분을 달려 도착한 곳은 서울 중구 남산동 여명학교(탈북청소년대안학교). 그는 교무실에 들어가 이 학교 이흥훈 교장에게 부탁했다. “아이들이 너무 힘들 것 같습니다.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1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진 씨는 “사업차 중국을 오가며 탈북자들이 공안을 피해 도망 다니는 처참한 실상을 목격했다”며 “목숨을 걸고 생지옥을 탈출한 이들에게 힘이 돼도 모자랄 국회의원이 폭언까지 한 것은 상식 이하의 일이라 생각해서 달려간 것”이라고 말했다.
1976년 이민 간 직후 직원 300여 명을 두고 특수유리사업을 시작한 진 씨는 1993∼2006년 본사 공장이 있는 중국 광둥(廣東) 성을 1년에 6번 이상 오가며 반제품 구매 업무를 하면서 많은 탈북자들을 봤다. 1998년 중국 옌지(延吉)의 한 고아원에서는 중국 고아들 사이에 끼어있던 왜소한 체격의 탈북 어린이 4명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아이들은 몰래 고아원에 들어와 중국 아이들 눈치를 보며 구석에 숨어 있었다. 진 씨는 “탈북 아이들을 잘 돌봐 달라”며 증축하던 고아원에 7만 달러(약 8800만 원) 상당의 특수방한유리를 기부했다.
진 씨는 “하청 문제로 북한 공장에 갔을 때 ‘수령님을 위해 총폭탄이 되리라’라는 커다란 글귀가 쓰인 천을 걸어놓고 하루 종일 일만하는 어린 노동자들을 보고 가슴이 무너졌다”며 “당시 바쁘다는 핑계로 발 벗고 나서 도와주지 못했지만 이제 은퇴했으니 탈북 청소년을 힘닿는 데까지 돕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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