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시민’도 좋지만 ‘군민’도 괜찮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5일 03시 00분


市, 농촌 이미지 벗고 재정지원 늘지만…郡, 대학 특례입학-건보료 혜택
■ 市승격 요건 충족시키고 고민 중인 여주군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살던 곳이 군(郡)에서 시(市)로 바뀌는 것은 지역발전을 상징하는 ‘바로미터’로 인식됐다. 주민들도 “군민에서 시민이 됐다”며 이를 반겼다. 축제 분위기 속에 곳곳에서 마을잔치가 열렸다. 하지만 요즘 시 승격을 바라보는 시선은 과거와 크게 다르다. 상당수 주민이 ‘도시인’으로 불리기를 거부하고 굳이 ‘촌사람’으로 남기를 원하고 있다. 현재 시 승격을 추진 중인 경기 여주군의 모습이다.

○ 재정 좋아진다는데…

올해 2월 도농복합시 설치 기본계획을 수립한 여주군은 4·11총선 직후부터 시 승격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나섰다. 경기지역 31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군은 여주를 비롯해 가평 양평 연천 등 4곳이다. 마지막으로 시 승격이 이뤄진 것은 2003년 양주 포천시이고 전국적으로는 올해 1월 충남 당진군이 시로 바뀌었다.

시가 되려면 지방자치법에 명시된 법적 요건을 따라야 한다. 인구 5만 명 이상에 도시적 산업 종사 가구 비율이 45% 이상이어야 한다는 등의 요건이다. 지난해 말 기준 여주군 전체 인구는 10만9000여 명이고 중심지인 여주읍에서는 5만4000명을 넘었다. 도시적 산업 종사가구도 기준치를 넘는다.

앞서 여주군은 2008년 시 승격을 추진하다 전국적인 행정구역 개편 논의로 중단했다. 그러나 4대강 살리기 사업, 성남∼여주 복선전철 건설, 제2영동고속도로 착공 등 호재가 이어지면서 2013년을 목표로 재추진에 나섰다. 여주군은 “농촌 이미지에서 벗어나 ‘시민’으로서 자긍심을 갖게 될 것”이라며 주민을 설득하고 있다. 중앙 및 경기도 재정 지원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사회복지서비스 수혜자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여주군은 시 승격에 맞춰 남한강변에 3만 명 이상의 신도시 건설, 여주프리미엄아웃렛 근처에 첨단 위락단지 조성, 명문 학교 육성 계획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춘석 여주군수는 “주민이 원하는 방향 속에서 축제의 장이 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 혜택 줄어든다는데…

장밋빛 청사진에도 불구하고 지역 분위기는 뜨겁지 않다. 오히려 “시 승격이 왜 필요하냐”며 반문하는 이들이 많다. 가장 큰 이유는 농촌지역에 주어지던 각종 혜택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농어촌특례입학이 대표적이다. 올해 여주읍내 3개 고등학교에서 212명이 농어촌특례입학으로 대학에 진학했다. 이는 전체 진학생 290명의 73%다. 만약 여주군이 시로 승격되면 3년 뒤부터 이 혜택이 사라진다.

고교생 수업료는 1인당 연간 36만 원가량 늘어난다. 일부 지역은 재산세 양도소득세 부담이 늘어나고 국민건강보험료 경감 혜택은 사라진다. 농업인 자녀 학자금도 지원이 중단된다. 일부 주민이 시 승격에 반대하는 이유다. 지난달에는 반대 주민들로 이뤄진 ‘여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모임도 결성됐다.

지난달 중순 여론조사 결과는 시 승격 반대 여론에 힘을 실었다. 시 승격 찬성 비율이 61%, 반대가 33%로 나타났다. 찬성 의견이 50%를 넘었지만 당초 여주군에서 기대했던 ‘전폭적인 지지’는 아니었다. 이달 하순에 실시될 2차 여론조사의 결과가 시 승격 추진의 향방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김학모 ‘여주를 사랑하는 사람들’ 회장은 “시 승격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시기상조이기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이라며 “최소한 인구 15만 명 이상 돼야 주민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여주군#市승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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