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도 나라도 알면 가까워진다. 국립어린이민속박물관에서 ‘다문화 꾸러미’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결혼이주여성 아일린 박 씨(39·필리핀 출신)가 전하는 다문화 시대의 공존 비법이다.
‘다문화 꾸러미’ 수업은 베트남, 몽골, 필리핀의 의상 음식 교통수단 모형 등이 담긴 꾸러미를 하나씩 열어 보며 각국의 문화를 배우는 시간이다. 한국 문화와 비교하면서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수업이다. 박 씨는 올해 3월부터 매주 수요일에 고국인 필리핀을 소개하는 수업을 맡고 있다.
그는 필리핀에서 대학 재학 당시 한국국제협력단 단원으로 필리핀에 온 지금의 남편을 만나 사랑에 빠졌다. 2002년 한국을 알고 싶어 연세대 교육대학원으로 유학 왔다. 다음 해 결혼식을 올렸다. 지금은 이화여대 아시아여성학센터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틈틈이 아이들을 가르친다.
“익숙하지 않은 것을 경계하는 것은 당연하죠. 저 역시 처음 김치를 보았을 때 냄새가 나서 먹지 못했어요. 한국인이 필리핀 문화를 처음 접하면 낯설게 느낄 수밖에 없죠.”
그의 수업은 서로 다른 문화가 탄생한 배경을 설명해 주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개미와 베짱이’ 우화가 한 가지 예다. 한국에선 개미가 부지런한 일꾼으로 평가받지만 필리핀에서는 무더위에 쉬는 베짱이가 더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박 씨는 “필리핀처럼 더운 나라에서 개미처럼 일하면 죽는다”며 웃었다.
한국 문화에도 정통한 박 씨는 양국 문화의 공통점을 찾아 이해를 돕기도 한다. 필리핀 음식인 반싯은 한국의 잡채와 비슷하고 바하그는 스카프나 목도리와 비슷하다는 식이다.
수업을 듣기 전과 후, 아이들의 변화는 놀랍다. 처음 필리핀에 대해 생각나는 단어를 적으라고 하면 대부분 파인애플, 바나나, 검은 피부, 어학연수 등을 적는다. 수업이 끝난 후에는 쿠빙(대나무 악기) 반싯 바하그 같은 단어를 적는다. 필리핀 문화를 알게 되면 ‘다르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단다. 박 씨는 “무지(無知)가 차별을 낳는다”고 강조했다.
박 씨는 한국의 다문화 교육도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무엇이 다른가가 아닌 왜 달라졌는가를 알려 줘야 합니다. 편견이 담기지 않은 중립적인 단어를 사용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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