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법도 가지가지… “친구가 아프리카 왕족” 교회신도 속여 억대 사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8일 07시 23분


같은 교회에 다니는 신도에게 자신의 친구가 아프리카 왕족이라고 속여 수억원을 가로챈 30대가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고 뉴시스가 8일 보도했다.

이날 보도에 따르면 박모(34) 씨와 이모 씨는 서울의 한 교회에서 만나 친분을 쌓기 시작했다.

박 씨는 "나는 남들이 할 수 없는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 1억을 10억으로 10억을 100억으로 만드는 엘리트 펀드 매니저들과 가깝게 지낸다"며 이 씨에게 접근했다.

박 씨는 솔깃한 제안을 하면서 이 씨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했다. 수법은 이랬다. 미화 100달러 짜리가 가득 들어 있는 가방 사진을 보여줬다.

그리고 달콤한 말로 이씨의 마음을 흔들어 놨다. 박 씨는 이 씨에게 "내 친구가 아프리카 왕족의 자제인데 쿠데타 등을 대비해 여러나라에 돈을 분산투자하고 있다. 그가 100억원을 말레이시아 통장으로 임급했으니 50억원을 쓰라고 했다. 돈을 찾는데 필요한 돈을 빌려달라"며 부탁했다.

이를 철썩같이 믿은 이 씨는 2008년 12월부터 다음해 1월까지 말레이시아에 함께 2차례 방문해 9200여만원을 박씨에게 건넸다. 체류비용과 달러 인출에 필요한 돈이란 명목이었다.

박 씨는 이 씨에게 2008년 8월 "돈을 빌려주면 10일 이내에 원금의 250%를 돌려주겠다"며 1300만원을 받기도 했다.

뭔가 잘못됐다고 느낀 이 씨는 박 씨에게 자신의 돈을 모두 돌려줄 것을 수차례 독촉했다. 하지만 박 씨는 이것을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았다.

그 시작이 2009년 2월이었다. 박 씨는 "법인을 설립하면 3~6개월 내 모든 돈을 갚을 수 있다"고 속여 이 씨의 돈을 가로챘다. 이렇게 챙긴 돈은 모두 5200여만원이다. 2009년 2월부터 같은해 4월까지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단독 송동진 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박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보호관찰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 씨가 허무맹랑한 투자계획을 내세워 속이고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며 "이 씨가 처벌을 원하지 않고 박 씨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점을 참작한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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