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School Diary]‘I♥빅뱅’ 한류로 소통하는 日모녀!

  • Array
  • 입력 2012년 7월 10일 03시 00분


코멘트

지난달 22일 오후 4시 반 일본 후쿠오카 국제공항. 수백 명의 여학생들이 입국게이트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일본 전국투어 콘서트를 위해 입국하는 아이돌그룹 빅뱅을 보기 위해 몰려든 청소년 팬들.

이중 유독 눈에 띄는 둘이 있었으니…. 서로 손을 꼭 잡고 빅뱅을 기다리는 후지와라 에리카 씨(44·여)와 그의 딸 후지와라 마유 양(13·중1). 학교가 끝나자마자 엄마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국제공항으로 달려왔다고.

드디어 빅뱅 멤버들이 입국게이트를 통과하는 순간 에리카 씨와 마유 양은 동시에 “꺄악!”하고 소리를 지르며 정신없이 디지털카메라의 셔터를 눌렀다. 각자 좋아하는 멤버의 이름을 외치고 이동하는 빅뱅을 쫓아 함께 이리저리로 뛰어다녔다. 전용차를 타고 공항을 빠져나가는 빅뱅의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둘은 서로 마주보고 환히 웃으며 ‘처음으로 직접 본 빅뱅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날뿐 아니라 평소에도 딸과 함께 빅뱅이 나오는 TV프로그램을 꼬박꼬박 챙겨보고 신곡이 발표될 때마다 음악CD를 사기 위해 레코드가게로 달려가며, 팬시 숍에 가서 브로마이드를 고른다는 에리카 씨. 그가 이토록 빅뱅의 극성팬이 된 사연은 뭘까?

“일본 청소년들도 한국과 똑같아요. 초등학교 고학년 즈음부터 사춘기를 겪으면서 아무 이유 없이 공부에 소홀해지고 짜증도 늘죠. 딸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공부 대신 한국 아이돌그룹 빅뱅에 푹 빠졌어요. 처음에는 많이 싸웠죠. 일본 유명 사립중학교에 가기 위해서는 입학시험을 치러야 하는데, 시험이 매우 어려워 공부에 조금만 소홀해도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들거든요.”(에리카 씨)

하루에도 몇 번씩 언성을 높이며 딸과 다투던 에리카 씨. 그러던 어느 날 그의 남편이 “딸의 열정을 존중하고 공감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전혀 현실적인 해결책이 아니잖아! 하지만 딸과 매일 싸우는 것보다는 편하게 빅뱅 이야기라도 하면서 친해지는 게 좋겠지….’

함께 빅뱅이 나오는 TV프로그램을 보는 것부터 시작했다. 이후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우선 딸과 가까워졌다. 자연스레 딸과 대화하는 시간이 늘었고 딸의 생일날 빅뱅의 음악CD를 선물하고 난 뒤에는 딸이 먼저 “함께 레코드가게에 가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에리카 씨가 바라던 유명 사립중학교에 진학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딸은 중학교에 입학한 뒤 공부하는 시간이 부쩍 늘었고 성적도 조금씩 올랐다. 에리카 씨는 “딸과 친해진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라며 “나의 노력이 앞으로 다른 긍정적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후쿠오카에서 이승태 기자 st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