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재 대학 2학년인 조화연 씨(20)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인도요리 전문 음식점에서 하루 11시간씩 서빙 아르바이트를 한다. 조 씨의 집이 있는 강서구 화곡동에서 레스토랑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1시간 반. 학교나 집 주변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더라면 통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겠지만 그는 이태원 아르바이트를 고집했다. 외국인 손님이 많아 자연스럽게 영어 회화 공부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조 씨는 “취업을 생각하면 방학 중 영어 공부는 필수인데 50만 원에 이르는 월세와 생활비도 미리 벌어놓아야 하기 때문에 영어공부와 돈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이태원에서 아르바이트를 구했다”고 말했다.
방학이 됐지만 해외 어학연수나 고가의 영어학원을 다니기 힘든 형편의 대학생들에게 외국인이 자주 찾는 술집이나 음식점, 게스트하우스 등에서 하는 아르바이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취업이라는 바늘구멍을 뚫기 위해 영어 회화를 배우면서 돈도 버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리는 학생이 많다. 지난달까지 외국인이 주로 찾는 홍익대 인근 술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대학생 김모 씨(27)는 “학원비가 너무 많이 올라 엄두가 안 나는데 이태원에서는 생활 영어를 쓰면서 외국인과의 대화에 대한 두려움을 없앨 수 있어 매력적”이라고 했다.
이태원 종로 홍대 등 특정 지역에 몰린 외국인 상대 아르바이트는 자리가 많지 않아 경쟁도 치열하다. 이태원에서 프랜차이즈 업체를 운영하는 김모 씨(49)는 “따로 모집 공고를 내지 않아도 대학생들이 수시로 찾아와 아르바이트 자리를 묻곤 한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 중개 사이트인 ‘알바천국’에 올라와 있는 아르바이트 정보 21만여 건 중 외국인을 상대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는 총 7000건 남짓. 전체의 3% 수준이다. 또 다른 중개 사이트인 ‘알바인’ 관계자는 “외국인 손님이 많은 곳의 아르바이트 자리는 공고를 내기 무섭게 지원자가 몰린다”고 했다.
하지만 외국인 상대 아르바이트가 기대만큼 영어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식사비는) 얼마입니다’ ‘화장실은 저쪽입니다’ 등 사용하는 단어가 한정돼 있는 데다 외국인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는 외국인에게 피해를 당하거나 자존심에 상처를 받는 일도 많다고 이 지역 아르바이트 학생들은 토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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