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영동군 양산면 누교리 천태산에 들어서면 통일신라 후기에 창건된 것으로 알려진 천년고찰 영국사(寧國寺)를 만난다. 절 바로 앞에 원각국사비(보물 제534호) 등 5개의 보물과 함께 거대한 은행나무 한 그루가 오래된 절의 역사를 말해주듯 꿋꿋하게 자리 잡고 있다. 1970년 천연기념물 223호로 지정된 이 은행나무는 키 31.4m, 둘레 11.5m이며 수령은 약 1000년 이상으로 추정된다. 전쟁 등 나라에 큰일이 생기면 미리 울음소리를 내는 영험한 기운이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전국의 유명 사찰마다 도시생활에서 찌든 삶의 때를 씻어내려는 사람을 위한 ‘템플스테이’가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1000년의 삶을 살고 있는 영국사에서는 이 은행나무와 함께하는 이색 행사가 마련됐다.
‘천태산 은행나무를 사랑하는 사람들’(천은사·대표 양문규 시인)이 영국사 은행나무를 소재로 5월부터 진행하고 있는 ‘1000년 은행나무 생명 스테이’ 행사가 그것. 충북 영동에서 문학 활동을 하는 문인들의 모임인 ‘천은사’는 자신과 이웃, 대자연 속의 생명과 평화를 지키고 가꾸기 위해 양 시인의 주도로 2009년 2월 창립했다. 서울에서 활동하던 양 시인은 실천문학 기획실장을 마지막으로 1998년 고향인 영동에 내려와 창작활동 중이다.
5월 첫 행사와 지난달 행사에 모집인원 20명이 훌쩍 넘었으며 이달 14, 15일 행사에도 참가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 △8월 11, 12일 △9월 15, 16일 △10월 13, 14일 △11월 10, 11일 행사가 열린다. 행사는 일상의 번잡한 생활을 털어내고 지친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프로그램으로 채워져 있다. 1000년 은행나무와 인사나누기를 시작으로, 은행나무를 소재로 한 부채와 손거울 만들기, 판화 찍기, 문화강좌, 은행 비빔밥 시식 등의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또 양 시인과 문인들의 작업실 겸 사무실인 황토방 ‘여여산방’(如如山房·자연 속에서 자연스럽게 사는 곳이라는 뜻)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 이튿날 아침에 일어나면 영국사 망탑봉 삼층석탑 앞에서 떠오르는 해를 맞으며 명상하는 시간도 있다.
양 시인은 “영국사 1000년 은행나무를 통해 고귀한 생명을 기뻐하고 감사하게 여기고 지친 몸과 마음을 다스려 활기찬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기획했다”며 “입소문을 타고 참가자들이 크게 늘어나 행사 횟수를 늘려 매주 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참가비 1인 당 2만 원. 010-5355-7565, 1000eunsam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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