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에서 15년가량 일하고 있는 A 서기관(42)은 매일 오전 8시 반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한다. 보고서를 만들고 결재를 받는 등 일상 업무를 처리할 때는 오후 7시경 퇴근하지만 국회가 열리거나 감사를 받을 때면 자정을 넘기는 일도 허다하다. 그는 “과거와 비교할 때 업무가 훨씬 복잡해지면서 야근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공무원 직업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칼퇴근’이 이제 과거의 일이 됐다. 상당수 공무원이 불규칙한 출퇴근에 주당 50시간 안팎의 일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한국노동연구원 조성재 연구위원이 분석한 ‘공공부문 사무직의 근로시간 실태와 개선 방향’에 따르면 공무원의 평균 출근시간은 오전 8시 24분, 퇴근시간은 7시 49분이었다. 하루 평균 근무시간은 10.4시간이었다.
여기에 야근, 조기출근 등을 감안하면 1일 평균 초과근로시간은 1.39∼2.4시간이다. 주당 근로시간은 휴일근로를 제외해도 49∼52시간에 이르렀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2월 15개 중앙부처 공무원 303명, 18개 공공기관 소속 종사자 308명 등 총 611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시간외 근무 사유에 대해 복수 응답을 받은 결과 ‘관련 기관의 급박한 자료 요구’가 64.5%로 가장 많이 꼽혔다. 그러나 ‘시간외 근로수당 수입이 중요해서’라는 항목도 34.8%가 선택해 수당을 위한 ‘자리 지키기’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0년 한국 근로자의 주당 근로시간은 49시간. 숫자만 놓고 보면 공무원 근로시간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일반인의 시선은 차갑다. 정년이 확실하게 보장된 공무원과 언제 그만둘지 모르는 일반 직장인을 단순 비교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인터넷에서는 “배부른 소리 한다” “수당을 깎으면 공무원들도 정시 퇴근할 것” “구청이나 주민센터에서는 여전히 칼퇴근”이라는 등 비난성 의견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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