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울주군이 영어마을을 무리하게 추진하다 예산을 낭비했다며 감사원이 최근 울산시에 통보한 감사 결과 요지다. 감사원은 지난해 말 전국 자치단체장 ‘치적 쌓기용 사업’에 대한 감사를 벌여 20여 건을 적발했다. 이 중 울주 영어마을은 대표적인 예산 낭비 사례로 꼽혔다.
○ 재원 조달 계획 ‘주먹구구’
울주 영어마을이 공론화된 것은 엄창섭 군수가 취임한 지 한 달여가 흐른 2006년 8월 23일. 엄 군수는 이날 언론에 영어마을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문을 닫은 초등학교를 60억 원을 들여 리모델링해 영어마을로 조성한다는 것. 울주군은 얼마 뒤 군수가 밝힌 대로 영어마을 조성계획을 수립했다. 하지만 폐교 용지가 좁다는 이유로 울주군은 영어마을을 신축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200억 원으로 늘어난 사업비는 서생면에 신고리 원전을 짓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서 지원받는다는 구상이었다. 엄 군수는 실무 책임자와 함께 2006년 10월 12일 한수원 사장을 만나 “200억 원을 들여 영어마을을 신축해 기부하고 운영비 50%를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한수원 사장은 난색을 표했지만 엄 군수는 관계부서에 “한수원에서 사업비를 지원하기로 했으니 계획대로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 예산 날린 뒤 백지화
울주군은 곧바로 1940만 원을 들여 ‘울주 영어마을 조성사업 타당성 및 기본계획조사 용역’을 발주했다. 또 영어마을 조성 예정지인 울주군 서생면 화산리 일원 4만7653m²(악 1만4400평)도 2009년 3월까지 59억여 원을 들여 사들였다. 한편으로는 한수원에 2007년 1월부터 2008년 8월까지 7차례에 걸쳐 사업비 지원을 요구했다. 요구는 번번이 거절됐지만 울주군은 2008년 10월 6억2700여만 원으로 영어마을 실시설계 용역까지 의뢰했다. 또한 12억4900만 원을 문화재 조사비용으로 집행했다.
엄 군수는 2007년 8월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됐다. 이후 대법원이 2008년 9월 25일 징역 6년에 추징금 3억5100만 원을 선고하면서 직무가 정지됐다. 후임인 신장열 군수는 2010년 12월 20일 영어마을 포기를 공식 선언했다. 4년 5개월 동안 예산 78억여 원을 날린 뒤였다. 감사원은 “의존 재원 부담 주체(한수원)로부터 사업비 지원 약속을 받지 못하거나 최소한의 사실 확인도 거치지 않은 채 단체장이 지시했다는 이유로 사업을 강행해 예산 낭비가 생겼다”고 밝혔다.
한편 울주군은 영어마을 건립 예정지에 국제고등학교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울주군은 군민과 함께 건축비 200억 원과 향후 10년 동안 연간 5억 원씩 발전기금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학교 인가를 내줄 것을 울산시교육청에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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