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이사회가 20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서남표 총장(사진)에 대한 계약해지안을 처리하기로 최종 결정을 내려 서 총장의 퇴진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표결할 경우 이사 15명(당사자인 서 총장 제외) 가운데 정족수(재적이사 절반 이상 참석 및 찬성)를 넘는 12명가량이 서 총장에 반대할 것으로 보여 계약해지안 처리가 확실시된다. 서 총장은 13일 “구차하게 협상하고 거래하느니 당당하게 해임당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최종 결심을 밝힐 예정이다.
2006년 7월 취임 후 테뉴어(정년보장) 심사를 강화해 교수 철밥통을 깨면서 일약 대학 개혁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서 총장이 6년 만에 강제 축출에 직면한 이유는 뭘까. ‘개혁에 저항하는 교수 집단의 반발’인가, 아니면 ‘독선과 불통의 리더십이 가져온 학교 파행의 결과’인가.
○ 연이은 학생 자살로 퇴진 논란 촉발
서 총장 퇴진 논란이 빚어진 계기는 지난해 1∼4월 이어진 학생 4명과 교수 1명의 자살이었다. 당시 학부 총학생회는 “성적에 따른 등록금 차별 부과와 100% 영어강의 도입 등 무한 경쟁의 결과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 총장 측은 “학생 지원(등록금 면제)이 국민 세금으로 이뤄지는 만큼 노력에 따라 보상을 줘 사회적 의무감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를 폈다. 서 총장이 지난해 9월 등록금 차별 부과를 철폐하고 영어강의를 축소하는 등 경쟁을 완화하면서 학생들이 심리적 안정감을 찾았지만 올해 4월 자살 사건은 또 발생했다.
교수협은 1월 4일 배포한 ‘총장 해임 촉구 배경’ 문건에서 “서 총장은 학교 정책을 독단적으로 결정하고 교수들도 모르는 사이에 언론에 배포해 성과를 과대 포장했으며, 교수협 회장의 면담 요청도 수용하지 않는 독선과 불통의 리더”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 총장 측은 “정책의 수립과 홍보는 권한과 책임을 위임받은 총장과 보직교수들이 담당하기 때문에 모든 구성원들에게 사전에 알릴 순 없다”며 “교수협에 대통합 소통위원회를 제안했으나 오히려 거절당했다”고 반박했다.
○ “도용과 특혜” vs “조작된 의혹”
교수협은 서 총장이 박모 교수의 ‘모바일하버(움직이는 항구)’ 특허를 가로챘고 전 교육부총리의 아들인 김모 교수를 특혜 채용했다고 주장했다. 또 무리한 펀드 투자로 300억 원가량의 재정 손실을 가져왔다며 퇴진을 요구했다. 특허 도용은 경찰수사 결과 박 교수의 조작으로 드러났다. 서 총장 측은 재정 손실에 대해 “재임 중 일부 기간(2008∼2010년)의 손실분과 평가손을 합친 결과인데 재임 기간 전체로 따지면 429억 원의 투자이익을 봤다”고 반박했다. 김 교수 채용은 해당 학과장이 문제없다고 밝힌 상황이다.
이사회는 “서 총장의 리더십으로는 더이상 학교를 이끌어 갈 수 없다”며 리더십 부재를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 총장 측은 “무분별하게 의혹을 부풀린 교수협과 여기에 정치적으로 편승한 일부 이사들의 책임”이라고 비판했다.
해임안 대신 계약해지안을 올린 데 대해 이사회 측은 “90일간(유예기간) 시간을 주고 명예를 존중해 주기 위해서”라는 입장이지만 서 총장 측은 “해임안을 내면 행정소송에서 패소할 것을 우려한 편법적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계약해지는 일방적으로 통보할 수 있지만 서 총장이 합리적인 이유를 제시하라고 요구했을 때 밝히지 못하면 잔여 임기(2년) 급여(72만 달러)와 정신적인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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