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분당구 이매동에서 서울 광화문으로 출퇴근하는 박선주 씨(33·여)는 일주일에 한두 차례 곤욕을 치른다. 콩나물시루 같은 만원버스에 탄 것도 힘들지만 옆자리 승객의 이어폰에서 나오는 음악소리 탓이다. 소음이나 다름없는 음악소리 때문에 출근길 단잠은 포기하고 퇴근길 짜증은 배가 되기 일쑤다. 박 씨는 “지하철이면 다른 칸으로 옮기면 되지만 버스는 그러지도 못한다”며 “30분 넘게 듣다 보면 머리까지 아플 정도”라고 말했다.
박 씨처럼 버스나 지하철에서 ‘디지털 소음’의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0년 소음성 난청으로 진료를 받은 10대 환자는 394명으로 2006년 306명에 비해 28%가량 늘었다.
이런 피해를 줄이기 위해 환경부는 이어폰을 사용하는 휴대용 음향기기의 최대 음량 소음도를 100dB로 제한하는 권고기준을 처음으로 만들었다고 16일 밝혔다. 그동안 국내에는 관련 기준이 없었지만 유럽에서는 2002년부터 소음도 기준을 100dB로 정했다.
환경부는 이날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아이리버 등 국내 제조업체들과 협약을 체결하고 내년부터 제조과정에서 이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애플을 비롯한 외국 업체들은 제외됐다. 환경부는 국내 업체뿐만 아니라 외국 업체도 최대 음량 제한을 의무화하도록 소음·진동관리법 개정을 추진하는 한편 이번에 빠진 애플 등과도 협의해 자율적으로 권고기준을 준수하도록 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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