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3시경 광주의 A대학 정문. 절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이 미국인 A 씨(62)를 붙잡았다. A 씨는 이날 오후 대학 도서관에서 B 씨(32) 지갑에 들어 있던 현금 1만 원을 꺼내 도서관을 나왔다가 덜미가 잡혔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이 대학에서 과거 30여 년간 교수와 강사로 재직한 전직 교원이었다. B 씨는 2000년대 중반 A 씨의 제자였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를 다니다 1970년대 초중반 평화봉사단으로 입국한 그는 A대학에서 30여 년간 교수와 강사로 근무한 뒤 수년 전 미국으로 돌아갔다가 한국이 그리워 돌아왔다. A 씨는 광주 북구 여인숙에서 월세방을 얻어 혼자 살면서 한국문학을 번역해왔다. A 씨의 제자였던 이 대학 C 교수는 “A 씨가 한국인 소외계층을 뒷바라지하고 미국까지 보내는 과정에서 빈털터리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B 씨는 “은사로서 존경했는데 푼돈을 훔칠 정도로 타락해 정신 차리라는 차원에서 신고했다”고 말했다.
A 씨는 “B 씨가 나를 두고 혼자 점심을 먹고 와 홧김에 돈을 뺀 것이지 훔친 것은 아니다”라고 했지만 광주 동부경찰서는 그를 절도혐의로 입건한 뒤 비자 만료 사실을 확인해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신병을 인계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