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 1, 2등급 수준의 우수 학생들은 방학 동안 성적에 어떤 변화를 겪을까. 인천시교육청은 올해 대학에 입학한 인천지역 고등학교 출신 학생들의 고교 3년간 전국연합학력평가시험 1, 2등급 비율 변화를 분석해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수능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이 평가 시험의 1, 2등급 학생 비율이 방학을 거치면서 뚝 떨어진 것.
실제로 고교 1학년 6월에 9.9%까지 올라갔던 평가시험 1, 2등급 비율은 7, 8월 여름방학을 거친 뒤 9월이 되자 9.0%로 0.9%포인트 떨어졌다. 2학년 겨울방학 전인 11월 10.6%까지 올라간 1, 2등급 비율은 12월과 1, 2월의 겨울방학을 거치면서 3월에는 9.8%로 0.8%포인트 떨어져 3학년을 앞두고 오히려 우수 학생 비율이 줄어들었다. 방학기간에 학생들의 학습 시간과 집중도가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따라 시 교육청은 ‘방학을 살려야 인천 교육이 산다’는 내부 목표 의식을 세우고 방학 중 학력 관리에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시 교육청이 별 신경을 쓰지 않는 고등학교가 있다. 체계적이고 자율적인 학습 프로그램으로 방학 때 오히려 진화하는 인천 국제고가 바로 그곳이다.
국제고 이상욱 군(16·2학년)은 20일부터 시작하는 여름방학에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생각이다.
“평소 물리 화학 생물 과목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방학 때 이 과목을 선생님한테 특별 과외처럼 배울 수 있어 좋아요. 4명이 한팀을 이뤄 특별지도를 받는데 수강료가 일반 학원의 10분의 1 수준이라 부담도 없고요.”
국제고는 20일부터 8월 22일까지가 여름방학이다. 이 기간에 일주일만 쉬고 나머지 기간은 전교생이 기숙사에서 공부한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원하는 강좌(방과후수업)를 개설해 특강을 한다.
무(無)학년, 수준별 강좌로 운영되는데 학생 1명이 원해도 강좌를 개설한다. ‘영어 수학 언어 수리영역 클리닉’ 등 80개 강좌가 이번 여름방학에 열린다.
부족한 과목을 집중적으로 지도하는 ‘클리닉’과 ‘케어’는 방학 기간에 실시하는 특별학습지도 방법이다. 정규수업 과정에서 세심하게 다루지 못한 부족한 부분을 심화수업을 통해 가르치는 것.
‘클리닉’은 학생 개개인의 부족한 과목을 집중적으로 지도해 성적을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주요 과목의 중도 포기를 막는 데 기여한다. 예를 들어 A 학생의 특정 과목 성적이 수능 3등급에 머물 때 이런 부류의 학생을 집중 지도해 2등급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국제고는 지난해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전국 1위, 수능에서 전국 8위의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케어’는 각종 경시대회에 참가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일대일 심층 몰입교육을 실시해 가시적인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돕는 학습지도 방법이다. 방학을 이용해 실시하는 글로벌 인턴십도 이 학교의 자랑. 자매결연 대학인 미국 유타대에 20여 일간 머물며 현지 교수의 지도로 연구와 토론을 한다. 국제고 학생들은 이를 바탕으로 영어 논문을 쓰고 프레젠테이션도 한다. 이 학교가 국제청소년학술대회에서 6팀(19명)이 수상해 전국 1위의 성적을 거둔 것은 이처럼 방학을 이용해 꾸준히 실력을 쌓았기 때문이다.
이 학교 학생들은 교재가 어렵다 싶으면 선후배를 가리지 않고 자발적으로 학습동아리를 만들어 함께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전통도 만들어 가고 있다. 기숙사에서 생활하면서 겪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선후배끼리 도와 풀어갈 수 있는 멘토링 제도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또 학생들은 매주 4시간씩 인천지역 중학생이나 장애학교 학생의 학습 지도를 통해 ‘지식나눔’ 봉사도 펼치고 있다.
이 학교 박경훈 교장은 “인천 국제고는 공교육의 희망이자 인천 교육의 견인차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한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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