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서울-어린이대공원, 물개부부 ‘스와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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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20일 03시 00분


10년 넘게 새끼 못 낳는 서울동물원 물개부부 위해 어린이대공원 ‘물돌이’ 급파

어린이대공원 물개 ‘물돌이’. 서울어린이대공원 제공
어린이대공원 물개 ‘물돌이’. 서울어린이대공원 제공
서울 어린이대공원에는 ‘힘 좋은’ 수컷 물개 한 마리가 있다. 2005년생 수컷 물돌이가 그 주인공이다. 몸길이 2m에 몸무게는 200kg이다. 2007년 우루과이에서 한국으로 건너온 물돌이는 당시 함께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암컷 물순이(7년생)와 지난해 6월 암컷 온누리를 낳았다. 온누리를 낳기 전인 2008년 1월 첫째가 태어나긴 했지만 얼마 안 돼 죽는 바람에 물돌이 물순이 부부는 사실상 온누리를 첫째로 여기고 사랑을 아끼지 않았다.

물순이가 온누리에게 젖을 물리고 수영을 가르치며 육아에 전념하자 물돌이는 2009년 역시 우루과이에서 한국으로 건너온 암컷 물숙이(4년생)에게 눈을 돌렸다. 아니나 다를까 물돌이 물숙이 커플은 대담한 애정행각을 벌인 끝에 올해 5월 온누리의 이복동생인 수컷 온바다를 낳는 데 성공했다. 남미물개 임신 기간이 340일 정도인 걸 감안하면 거의 매년 ‘자식 농사’에 성공한 셈이다.

물돌이가 본처와 후처까지 거느리고 번식에 승승장구하는 동안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가는 이들도 있었다. 서울동물원 남미물개 커플 설악이(12년생·수컷)와 관악이(13년생·암컷)다. 서울동물원에서 태어난 이 둘은 10년 넘게 새끼를 낳아보려고 갖은 노력을 했지만 아직도 2세 만들기에 실패하고 있다.

보다 못한 서울동물원 측은 어린이대공원 측에 검증된 ‘변강쇠’ 남미물개 물돌이와 설악이를 교환하자고 ‘SOS’를 쳤다. 국제멸종위기종을 보전하고 근친을 방지해 건강한 개체 수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판단한 어린이대공원은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여 18일 물돌이를 서울동물원으로 보냈다. 서울동물원 관계자는 “설악이와 관악이 중 누가 문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물돌이가 급파됐으니 어느 쪽에서 새끼가 태어나는지 지켜보면 10년간의 자식 가뭄은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남미물개는 국내에 23마리밖에 없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어린이대공원#물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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