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보다 매출도 더 올릴 수 있고 대기업 못지않게 잘 경영할 수 있죠. 그런데 인력난에 발목이 잡혔어요.” 경북 성주군에 있는 금속기와 전문기업인 ‘페루프’ 박서정 대표(48·여)의 목소리에는 안타까움이 배어 있었다. 생산량의 95%를 수출하고 한 해 2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탄탄한 기업이 단지 규모가 작고 인지도가 낮다는 이유로 구직자의 외면을 받고 있는 현실 때문이다.
박 대표는 13일 동아일보가 마련한 좌담회에서 인력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의 상황을 생생하게 전했다. 유길상 한국기술교육대 교수의 사회로 이날 오후 고용노동부 회의실에서 진행된 좌담회에는 박 대표와 경남 거제군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인 백두기업 이상준 대표(56)가 강소기업의 현실을 대변했다. 또 ‘강소기업-청년 채용박람회’를 통해 취업에 성공한 황진규 씨(28)와 정희승 군(18), 강원 춘천시 한림성심대에서 취업지원관을 맡고 있는 금두환 씨(31)가 참석했다. 이재갑 고용부 차관은 정부 차원의 지원대책을 설명했다.
○ 인력난에 생산·수출까지 차질
생산현장에서 체감하는 구인난은 심각했다. 특히 경영 상태와 근로 환경이 좋은 강소기업들은 상대적 박탈감까지 호소했다. 박 대표는 “성주에 있는 회사에서 대구까지 불과 30분 거리인데 구직자들이 멀다며 외면하고 있다”며 “직원이 부족해서 현재 수출 물량이 5주 치가량 밀려 있다”고 털어놨다. 이 대표도 “우리 회사는 경영 상태도 괜찮고 안전사고도 없었는데 사람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며 “일부 중소기업의 좋지 않은 근로환경 문제가 강소기업에 전가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고용노동부가 올해 처음 마련한 강소기업-청년 채용박람회는 기업은 물론 구직자에게도 새로운 기회였다는 평가다. 인천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목재회사인 영림임업에 취직한 황 씨는 “평소 관심 있던 강소기업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좋았다”며 “많은 언론에서 취재하는 것을 보고 정부도 이 문제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경기 안양시 평촌공고에 재학 중인 정 군도 “강소기업은 생소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규모는 작아도 알찬 기업인 것을 알게 됐다”며 “친구들보다 먼저 취업하게 돼 정말 기쁘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 대표 역시 “특성화고 출신을 포함해 다양한 인재를 구했고 박람회를 통해 회사를 홍보할 수 있었다”며 만족스러워 했다.
○ 강소기업, 청년인재 위한 맞춤형 정보 제공
강소기업과 청년이 ‘윈-윈’하려면 언제 어디서나 양측이 원하는 맞춤형 정보를 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취업지원관으로 일하는 금 씨는 “지금 청년들은 중소기업을 모르는 것이 아니고 주변 사례를 통해 어려운 상황을 알기 때문에 기피하는 것”이라며 “좋은 일자리 정보 제공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단순히 문장 몇 줄로 된 정보가 아니라 디지털 세대에 맞춰 다양한 방식으로 전달돼야 한다”며 “강소기업에 대한 정보가 정확히 전달되도록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이 차관은 “성장 가능성이 큰 강소기업을 중심으로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9월부터 구직자들에게 제공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강소기업-청년 채용박람회 등 현장 행사도 늘리고 강소기업이 원하는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협력대학 시스템도 강화하기로 했다. 그는 “청년들이 비록 지금은 힘들더라도 열정을 잃지 말고 꾸준히 도전해 주기를 바란다”며 “희망과 미래가 있는 강소기업과 청년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도 돕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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