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료 인상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의료소비자인 국민의 이중적 태도에 있다. 건강보험 혜택은 더 받고 싶지만 건보료는 덜 내려는 심리를 말한다. 건강보험의 필요성과 보장성(혜택) 확대에는 동의하지만, 자신의 호주머니에서 돈을 꺼내기는 싫다는 말이다.
건강보험에 대한 이런 태도는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성인남녀 1573명을 대상으로 물었더니 62%는 건강보험을 적용받는 진료 범위가 현재보다 10% 확대되기를 희망했다. 27%는 ‘현재보다 10∼20% 확대’를 꼽았다. 전체의 89%가 혜택을 늘려줄 것을 원하는 셈이다.
건보료에 대해서는 현재보다 10%를 줄이거나(34.4%) 10% 이상 줄이라(31.7%)는 등 오히려 인하를 요구하는 응답이 66.1%나 됐다.
그렇다면 모자란 재정을 어떻게 충당해야 할까. 복수응답을 허용한 문항에서 10명 중 9명(92%)이 “국가예산을 확대해 충당하라”고 답했다. 건강증진부담금을 인상하라는 의견도 79%였다. 건보료 인상을 통해 재정을 채워야 한다는 의견은 18%에 그쳤다.
건보료가 실제로 동결된 적이 있다. 2009년이었다. 당시 경제상황이 좋지 않아 나온 고육책이었지만 전문가들은 강하게 비판했다. 지출이 갈수록 증가하는데, 정책이 거꾸로 간다고 지적했다.
보수 진보의 구분 없이 대부분의 건강보험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가능한 선까지는 건보료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민의 ‘이중적 심리’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전문가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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