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없는 살인사건’ 1심 징역 13년 선고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20일 03시 00분


배심원 9명 전원 유죄 평결
“정황증거-증언 신빙성 높고 사라진 동업자 안 찾는 등 피고인 행동도 미심쩍어”

19일 오전 3시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 전날 오전 10시부터 속개된 용인 ‘시신 없는 살인 사건’에 대한 국민참여재판 마지막 공판에 참여한 시민 배심원 9명이 법정에 들어섰다. 이들은 전날 오후 10시 반부터 따로 모여서 유무죄를 결정하는 평의를 벌인 결과 4시간 반 만에 결론에 도달했다.

배심원단이 들어서자 곧이어 재판부 판사 3명이 자리에 앉았다. 최동렬 부장판사는 “배심원 9명 만장일치로 유죄 평결이 나왔다. 징역 13년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16일부터 나흘간 형사합의25부 심리로 진행된 이 사건 재판의 1심 선고가 내려지는 순간이었다. 선고 내내 눈을 감고 있던 피고인 박모 씨(41)는 방청석의 가족을 돌아본 후 교도관에 이끌려 구치소로 향했다.

▶본보 19일자 A12면
영화같은 ‘시신없는 살인’ 배심원 판단은…


동료를 굴착기로 생매장했다는 혐의에 대한 결정적인 물증은 없었지만 배심원단과 재판부는 “‘살인 고백을 들었다’는 피고인의 전 조선족 동거녀의 증언과 정황증거의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배심원들은 4시간 반 동안 정황증거만으로 살인 혐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열띤 토론을 벌였다. 최 부장판사는 정황증거를 인정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지만 결국 만장일치로 유죄 판단을 내렸다. 제출된 증거가 살인 사실을 입증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피고인 박 씨가 “살인하지 않았다. 이혼의 충격 탓에 피해자가 외국에 나갔을 수 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재판부는 “피해자의 출입국 기록이 없고 외국을 처음 나가면서 가족에게 아무 연락 없이 위조여권으로 출국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더 의심스러운 것은 박 씨의 행동이었다. 재판부는 “6개월간 거의 매일 붙어 다니며 의지하던 동업자인 피해자가 한순간에 사라졌는데 피고인은 전화 한 통 해본 것이 전부”라며 “거주지 100m 앞 여관에 사는 사람을 찾아가 보지도 않고 피해자의 소지품을 동거녀와 함께 태운 것도 정상적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항소심과 상고심에서도 유죄로 결론 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올해 2월 부산고법은 20대 여성을 살해하고 자신이 숨진 것처럼 꾸며 거액의 보험금을 챙기려 한 또 다른 ‘시신 없는 살인 사건’ 피고인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1심을 뒤집고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박 씨에 대한 항소심은 국민참여재판이 아닌 일반 재판으로 진행된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용인#살인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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