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절반이 청소년에 술-담배 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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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20일 03시 00분


■ 서울 서초구 관내 355곳 조사

청바지 차림으로 서울 서초구의 한 편의점(훼미리마트)에 들어선 고등학교 3학년 이정익 군(양재고·18)은 손쉽게 담배를 샀다. 직원은 건성으로라도 “학생이냐”고 묻지 않았다. 다른 편의점들에 들어갔을 때도 신분증을 요구하는 직원은 없었다. 이 군은 ‘2012년도 청소년 상대 불법 주류 및 담배 판매 실태조사’에 참여한 모니터링 요원이다. 이 조사는 서울 서초구 보건소가 주관해 올 5월 실시됐다.

주로 지하철역 인근 편의점에서 구매자를 가장해 술 담배를 구매한 이 군은 “상당수 편의점이 나이를 확인하지 않아 술이나 담배를 쉽게 살 수 있었다”며 “신분증을 요구해도 ‘집에 두고 왔다’고 하면 그냥 내줬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청소년과 주로 대학생인 성인감독관 2명이 한 조가 돼 모두 8개조가 서초구 내 편의점 355곳을 조사했다. 19일 공개된 조사결과 분석자료에 따르면 모니터링 사실을 직원이 알아차린 경우를 제외한 306곳 중 청소년에게 술을 판매한 곳은 52%였다. 담배는 60.6%가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더웨이는 75%가 술을 판매했고 훼미리마트는 71.4%가 청소년에게 담배를 팔아 최악으로 꼽혔다. 편의점 직원이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는 비율은 53.9%에 그쳤고 이 군의 사례처럼 ‘두고 왔다’고 하면 그냥 판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청소년 상대 술 담배 판매는 주로 유흥가 일대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일반 인식과 달리 주택가와 학교 주변에서도 미성년자의 주류 담배 구매 성공률은 유흥가 못지않게 높았다. 주택가 편의점의 58.3%가 청소년에게 술을 판매했고 학교 주변 편의점에서 담배를 판매한 비율은 62.5%에 달했다.

서초구 보건소는 2009년부터 인제대 대학원 알코올 및 도박문제 연구소와 공동으로 이 같은 조사를 해 왔다. 2009년 실시한 첫 전수조사에서는 청소년에게 술을 판매하는 편의점이 전체의 65.6%였다. 2011년 50.8%로 약 15%포인트 감소했지만 올해 다시 53.9%로 소폭 증가했다.

청소년에게 술 담배 등 청소년유해약물을 무상 제공하거나 청소년의 부탁을 받고 대신 사준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서초구는 청소년 대상 주류 및 담배 판매 금지 스티커를 배포하고 판매업자를 교육하는 내용의 ‘나인틴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옥외광고물관리법을 개정해 술, 담배 광고를 제한해야 한다고 서울시와 중앙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편의점#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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