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9일부터 3개월여 동안 요지부동이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3일 연속 하락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CD 금리 담합 의혹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여파로 풀이된다. 공정위가 19일 10개 증권사와 9개 은행에 대한 현장조사를 마무리함에 따라 CD 금리 담합 의혹에 대한 조사에 한층 속도가 붙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국민주택채권 가격 담합조사를 받은 증권사 중 한 곳이 CD 금리 담합을 자진신고함으로써 두 건 모두의 과징금을 감면받으려고 리니언시(자진신고 감면제도)를 활용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CD 금리 하락…제도개선 착수
19일 91일물 CD 금리는 전날보다 0.01%포인트 내린 연 3.22%에 고시됐다. 이날을 포함해 3일째 0.01%포인트씩 계속 하락한 것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전인 11일 3.54%에 비해서는 0.22%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정위 조사에 부담을 느낀 몇몇 증권사가 평소보다 낮게 CD 금리를 보고하면서 고시 금리가 낮아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등으로 구성된 ‘단기지표금리 제도개선 합동 태스크포스(TF)’는 19일 회의를 열어 CD 발행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TF는 담합 의혹에 휩싸인 CD 금리를 정상화하면서 중장기적으로는 CD 금리를 대체할 수 있는 지표를 만드는 데 힘을 모을 방침이다.
고승범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CD 발행 의무화에 대한 은행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면 일정 부분 의무 발행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CD 발행을 늘려야 금리가 투명하게 정해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CD 금리를 산출할 때 대상이 되는 시장성 CD 발행 잔액은 2008년 말 20조 원에서 올해 6월 말 2조4000억 원으로 급감했다.
CD 금리 담합이 사실로 드러나면 과징금 규모는 최대 수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3월 말 기준으로 국내은행 총 원화대출 1080조 원 중 324조 원(30%)이 CD 금리 연동 대출이다. 평균 대출이자를 연 6%로 가정하면 은행들이 CD 금리 연동 대출로 거둔 매출이 19조 원이 넘는다. 담합 사건의 과징금은 매출의 최대 10%까지 부과할 수 있어 단순 계산하면 과징금은 최대 1조9000억 원이 넘는다.
○ 추가감면 노린 증권사가 신고?
금융계에서는 국민주택채권 담합 혐의로 지난해부터 공정위의 조사를 받은 20개 증권사 중 한 곳이 과징금을 감면받으려고 CD 금리 담합 사실을 자진 신고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는 인터넷 메신저로 가격정보를 공유해 국민주택채권 매입가격을 낮추는 방식으로 2009년부터 2010년 11월까지 약 886억 원의 손해를 입혔다는 감사원 발표에 따라 지난해부터 증권사들을 조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 증권사가 ‘앰네스티 플러스 제도’(별개의 담합사건에 대해 자진신고를 하면 두 사건 모두 과징금을 감면해주는 제도)를 활용하기 위해 CD 금리 담합을 자진 신고했다는 관측이다. 이 제도를 적용받으면 자진 신고한 담합 사건은 과징금 전액을, 앞서 조사받은 사건은 과징금의 20% 감액부터 최대 전액을 면제받을 수 있다.
한편 권혁세 금감원장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개별 은행과 증권사를 대상으로 모두 파악해봤는데 전부 자진 신고한 사실이 없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과거 공정위가 리니언시를 유도하려고 자진 신고한 회사가 있는 것처럼 언론에 흘린 적이 있다”며 “이번에도 그랬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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