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물-석유공사 낙하산 또 기웃… 자원외교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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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20일 03시 00분


 

“사장이 교체돼도 리튬사업을 계속 추진할 수 있어요?”

한국광물자원공사 리튬사업 관계자는 17일 볼리비아 당국이 이런 우려 섞인 질문을 했다는 현지 법인의 보고를 받고 당황했다. 리튬배터리 사업의 본계약을 체결한 지 열흘 만에 파트너 국가가 사업의 지속 여부를 걱정했다는 것은 신뢰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광물공사 측은 “개도국에선 정부나 책임자가 바뀌면 사업이 뒤집히는 경우가 적지 않아 남미와 아프리카 파트너 국가들은 우리 정부의 교체나 자원개발회사 사장 선임에 촉각을 곤두세운다”고 전했다.

정권 말 자원개발 관련 공기업 인사가 ‘낙하산’ 식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명박 정부의 치적(治績)으로 꼽히는 해외자원개발 성과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원개발 공기업 수장에 비(非)전문가인 정치권 인사와 고위 공무원 출신이 거론되면서 글로벌 파트너들이 현 정부의 사업 추진 의지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 것이다.

지식경제부와 자원개발업계에 따르면 이달 말 임기가 끝나는 김신종 광물자원공사 사장의 후임으로 고정식 전 특허청장이 거론된다. 고 전 청장은 산업자원부(현 지경부) 고위 공무원 출신으로 한때 에너지정책 업무를 담당했지만 2008년 이후 특허청장을 거쳐 김앤장 법률고문을 맡고 있다.

한국석유공사도 강영원 전 사장의 후임으로 박순자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최종 3배수에 들어 낙점을 기다리고 있다. 박 전 의원이 에너지 분야에서 일한 것은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것이 유일하다.

업계 관계자는 “김대중 정부 시절 정치인 출신 한 공기업 사장은 정치적 재기를 위해 업무시간에 지역구를 방문하는가 하면 골목이 좁은 지역구에 사는 주민들을 태우기 위해 회삿돈으로 20인승 버스를 구입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남미나 아프리카 등에서 현지 정부 최고위층과의 인맥을 토대로 연결되는 자원개발 사업은 이른바 ‘안면장사’인 경우가 많아 인적 네트워크를 유지해야 한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해외자원개발의 이런 특수성 때문에 최중경 전 지경부 장관은 지난해 7월 “자원개발 공기업 사장은 경영 실적이 다소 좋지 않더라도 이미 네트워크를 형성한 인사들이 계속하는 게 낫다”며 연임시켰다.

광물자원공사가 추진하는 몽골 타반톨고이 광산의 유연탄 개발사업권 수주전에서도 우리 측 협상 파트너가 대폭 바뀌면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에너지기업의 한 관계자는 “자원개발 분야는 국가 간 이해가 엇갈리는 글로벌 사업으로 전문지식과 순발력이 동시에 필요한 자리여서 낙하산식 공기업 인사로는 성과를 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에너지공기업#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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