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런던 올림픽에 출전하는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18·세종고)는 요즘 잘나가는 광고 모델이다. 귀여운 얼굴과 늘씬한 몸매, 여기에 올림픽 특수까지 겹쳐 올해만 해도 에어컨과 주스, 생리대, 샴푸, 아이스크림 등 각종 TV CF에 얼굴을 내밀었다.
하지만 19일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생리대와 샴푸 광고에서는 여전히 손연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에어컨과 주스 광고에는 당분간 나올 수 없다.
이 같은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대한체육회(KOC)가 올림픽 출전 선수의 상업적 활동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IOC 헌장과 KOC 마케팅 규정에 따르면 올림픽 개막 9일 전부터 폐막 3일 후까지 올림픽에 출전하는 모든 선수는 IOC의 허가 없이 광고에 출연할 수 없다. 한국 시간으로는 7월 19일부터 8월 15일까지다.
다만 ‘톱 파트너’라고 불리는 11개의 IOC 공식 후원사는 예외다. 코카콜라(음료), 에이서(컴퓨터), 아토스(정보통신), 다우(화학), GE(가전제품), 맥도널드(패스트푸드), 오메가(시계), 파나소닉(TV 및 오디오), P&G(생활용품), 삼성(무선통신), 비자(신용카드) 등 11개의 회사는 올림픽 기간에 선수들의 광고 출연은 물론이고 올림픽 마크와 마스코트 사용 등에 대한 독점적인 권리를 갖는다.
손연재가 출연한 휘센 에어컨 제조사인 LG는 11개의 공식 후원사에 속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생리대 위스퍼와 샴푸 팬틴은 공식 후원사인 P&G 산하 브랜드다. KOC 관계자에 따르면 톱 파트너들은 이상과 같은 독점적 권리의 대가로 각각 연간 1조 원 이상을 IOC에 낸다.
같은 이유로 ‘마린 보이’ 박태환(23·SK텔레콤)은 며칠 전까지 나오던 삼성의 노트북 광고에 더는 출연할 수 없다. 삼성은 11개의 공식 후원사에 포함되지만 분야가 스마트폰 등 무선통신으로 한정되기 때문이다. 노트북 등 컴퓨터 분야의 공식 후원사는 에이서다.
만약 선수나 기업이 이 규정을 어기면 IOC는 메달을 박탈할 수 있다. 또 차기 국제대회의 출전을 제한할 수 있고 국가대표 선발에도 불이익을 줄 수 있다. 이에 따라 많은 기업이 IOC 규정을 교묘하게 피하는 앰부시(매복) 마케팅으로 선회하고 있다. 앰부시 마케팅은 소비자가 특정 제품이나 브랜드를 공식 후원사처럼 느끼도록 만드는 마케팅 기법이다. 올림픽이란 말이 들어간 말을 쓰는 대신에 ‘태극전사를 응원합니다’라거나 ‘금메달을 기원합니다’ 등의 문구로 IOC의 규정을 살짝 피하는 것이다. 삼성은 19일 언뜻 보면 이전과 같은 ‘박태환 광고’를 내보냈다. 하지만 박태환 대신 그와 비슷한 체형의 ‘대역’을 출연시켰다.
총인원 수십억 명의 시청자가 지켜보는 올림픽은 기업들로서는 결코 놓치고 싶지 않은 마케팅 무대다. 공식 후원사들의 권리를 보장해주면서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IOC와 올림픽 효과를 얻고 싶어 하는 기업들의 머리싸움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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