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영종도, 음주운전자들 ‘무덤’ 된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20일 10시 25분


음주운전 단속의 사각지대였던 인천 영종도가 음주운전자들의 '무덤'으로 변모하고 있다.

지난달 영종도에서 일가족 4명이 음주운전 차량에 숨지는 참변 이후 경찰의 단속이 대폭 강화되면서 '영종도 내 음주운전은 곧 사법처리'라는 공식이 성립되고 있다.

20일 인천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7월19일까지 영종도 안에서만 음주운전으로 200명이 면허정지, 87명이 면허취소 처분을 받았다.

지난해 중구·동구·옹진군 등 중부서 관내에서 음주운전으로 운전면허가 정지 또는 취소된 운전자가 총 314명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1개월 남짓한 기간의 단속 실적이 지난해 1년 치 실적과 맞먹는 셈이다.

영종도는 중부서에서 30km 가량 떨어진 곳에 있어 경찰서 인력을 동원해 수시로 음주운전 단속을 벌이는데 한계가 있었다.

대체로 음주단속시 경찰관 4¤6명과 순찰차 2대가 동원되는데 이 인력과 장비를 영종도에 상주시킬 경우 다른 지역의 치안 공백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달 영종도에서 발생한 음주운전 사고는 영종도 내 음주운전 단속을 대폭 강화하게 만든 계기가 됐다.

A(44)씨와 부인, 초등학생 딸 2명 등 4명이 탄 차는 지난달 11일 공항고속도로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들이받힌 뒤 가드레일에 부딪혀 전소됐다. 이 사고로 A씨 등 일가족 4명이 모두 숨졌다.

부인은 외국항공사에서 근무하는 남편이 일을 마친 뒤 집으로 오는 교통편이 없자 두 딸과 함께 인천공항에 마중 나갔다가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 이후 중부서 경비교통과 소속 단속팀은 거의 매일 공항 인근 도로, 인천공항고속도로 연결도로, 을왕리 해수욕장 등 관광지 주변에서 강도 높은 단속을 벌이고 있다.

음주운전 단속이 강화되자 영종도 내 대리운전업체들은 호황을 맞았다.

영종도에서 인천이나 서울로 가는 대리운전비용은 6만¤7만원에 이르지만 경찰의 단속망을 피해 섬을 빠져나갈 방도가 마땅치 않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대리운전 수요는 늘고 있다.

영종도 대리운전업체 관계자는 "매출이 정확히 얼마나 늘었는지 밝히기 어렵지만 6월 이후 손님들이 는 것은 분명하다"며 "요즘은 술을 조금만 마셔도 대리운전을 요청하는 손님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영종도 상인들은 음주단속 강화 이후 매출 감소로 대리운전업계와는 대조적인 표정을 짓고 있다.

을왕리 해수욕장 상인번영회의 한 관계자는 "영종도가 음주운전의 온상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다는 점에서 상인들도 음주단속 강화를 반대하진 않는 입장"이라며 "하지만 주류 판매 감소가 전체 매출에도 타격을 주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경찰은 영종도 내 음주운전 행위가 근절될 때까지 단속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 방침이다.

이성형 중부서장은 "영종도 내 직장인과 주민들은 음주운전 단속이 강화된 사실을 알고 있지만 외지인들은 여전히 이를 잘 모르고 있어 지속적인 단속이 필요하다"며 "음주운전 없는 안전한 섬을 만들기 위해 휴가철에도 음주운전 단속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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