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꽃게 최대 풍년…정작 어민들은 ‘울상’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20일 11시 07분


무더위ㆍ가뭄 길어져…작고 속 빈 '물렁꽃게' 많아

국내 대표 꽃게어장 중 하나인 연평어장의 올해 봄어기(4~6월) 꽃게 어획량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정작 어민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크기가 작고 속이 빈 일명 '물렁 꽃게'가 많았기 때문이다.

20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봄어기 연평어장의 꽃게 어획량은 1천16t.

역대 최대치로 지난해 같은 기간 어획량 211t에 비해 5배 가량 증가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올해 연평도 인근 해상의 적절한 수온이 꽃게 서식에 적합해 어획량이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대다수 어업인들이 적극 협조해 조업질서가 잘 지켜진 것도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정작 어민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꽃게 어획량은 예년에 비해 크게 늘었지만 크기가 작고 속이 비어 있는 물렁 꽃게가 많이 잡혔다.

인천 옹진수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올해 봄어기에 잡힌 꽃게의 품질이 떨어지다 보니 지난해 1㎏당 2만7000원 수준에서 팔리던 암게가 1만8000원 선에서 거래됐다. 또 불량 꽃게가 위판장에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면서 경매가 안 된 경우도 있었다.

옹진수협의 한 관계자는 "6월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썩은 꽃게가 많았다"며 "꽃게 물량을 보고 중매인들이 가격을 쳐주는데 썩고 속이 빈 꽃게가 많다보니 가격을 높게 쳐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농림수산식품부가 집계한 봄어기 꽃게 어획고는 78억 원으로 지난해 29억7500만원에 비해 2배 가량 증가하는 데 그쳤다. 어획량이 5배나 늘었지만 어민들의 소득은 그만큼 증가하지 않은 것이다.

연평도의 한 어민은 "알이 꽉 찬 꽃게가 많이 잡혀 올라와야 하는데 잡고 보면 품질이 형편없어 속상할 때가 많았다"며 "많이 잡히면 뭐하나"고 한숨을 쉬었다.

옹진군의 한 관계자는 "보통 육지 토양의 유기질 같은 영양염류가 비에 쓸려 바다로 흘러 들어가면서 해양 생물의 성장을 돕는데 올해는 가뭄이 길어지면서 그렇지 못했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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