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School Diary]여름방학, 워킹맘은 괴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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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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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이 시작되면 자녀를 집에 둔 워킹맘의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초등생 자녀를 둔 일부 학부모들은 이른바 ‘학습시터’(숙제도우미) ‘북시터’(독서도우미) 등 각종 도우미를 구해 자녀의 공부를 챙기기도 한다.

#1. 워킹맘 D 씨(34·서울 강남구)는 초1 딸과 두 살배기 아들을 뒀다. D 씨는 딸이 방학을 맞으면 학교 방학숙제와 영어학원 숙제를 누가 챙겨줄지 고민하던 끝에 인터넷 학부모 커뮤니티에서 학습시터를 급히 구했다.

학습시터가 평일에 매일 1시간씩 딸의 영어숙제를 챙겨주는 대가로 받는 비용은 시간당 5만 원. D 씨는 한 달이면 무려 100만 원을 지출해야한다.

지출 능력에 한계를 느낀 D 씨는 학습시터가 챙겨주지 않는 딸의 다른 과목 방학숙제와 다음 학기 선행학습은 직접 챙기기로 했다. 최근에는 각종 창의력 학습과 글쓰기 교육이 중요시되다보니 D 씨는 이를 모두 소화하기 위해 따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딸과의 공부가 모두 끝나는 시간은 보통 오후 10∼11시. D 씨는 이때부터 밀린 설거지 등 집안일을 한다. 바로 그때, 딸이 다가와 D 씨의 옷깃을 붙잡고 하는 말.

“엄마, 동화책은 언제 읽어 주실 거예요?”

순간, 얼마 전 초1 아들에게 북시터를 구해 붙여줬다던 지인의 말이 D 씨의 뇌리를 스치면서 한숨이 나왔다.

#2. 또 다른 워킹맘 A 씨(38·서울 서초구)는 초5 아들과 초2 딸을 키운다. A 씨는 오후 9시가 돼서야 집에 돌아오기 일쑤. A 씨는 일주일에 두 번 방문하는 가사도우미의 힘을 빌린다.

하지만 역시 두 자녀의 공부를 직접 챙기지 못하는 것이 고민. 결국 A 씨는 여름방학을 앞두고 지인의 소개로 자녀의 학습시터를 고용했다. 학습시터가 매일 3시간 동안 두 자녀의 학원숙제와 방학숙제를 모두 챙긴다.

평소 딸이 낯을 많이 가리는 데다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종이를 뜯어먹거나 연필 끝을 입으로 깨무는 등 불안정한 행동을 보이는 딸이 학습시터의 지도를 잘 따른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A 씨는 ‘이제 됐다’고 안심했다.

며칠 뒤 평소보다 일찍 집에 들어간 A 씨. 그런데 딸과 학습시터가 거실 바닥에서 공기놀이를 하는 게 아닌가. ‘이게 웬일인가’ 싶어 놀란 표정을 지으니 돌아온 딸의 대답.

“엄마! 제가 공기놀이 하는 것 처음 보시죠? 제가 제일 좋아하는 놀이예요. 선생님(학습시터)이 ‘말 잘 들으면 가끔 공기놀이를 함께 해 주겠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으니 엄마는 아∼무 걱정 안 하셔도 돼요!”

‘딸이 공기놀이를 좋아한다는 사실도 몰랐다니….’ 그날 밤 A 씨는 잠을 쉽게 이루지 못했다.

이강훈 기자 ygh8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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