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10시경 광주 북구 각화동 한 아파트 화단. 광주 북부소방서 119구조대 이모 소방장(39)이 낚싯대 끝에 스프레이가 설치된 신형 장비로 살충제를 뿌리고 말벌 집을 제거했다. 광주 북부소방서는 이날 오전 9시부터 2시간 동안 여섯 차례나 말벌 집 제거를 위해 출동했다. 벌집이 있는 장소는 30% 정도가 아파트 베란다였다. 광주시 소방안전본부 관계자는 “평년에는 8월 말부터 말벌 공습이 시작됐으나 올해는 한 달 빠른 7월부터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올해 말벌 공습이 가장 심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광주시 소방안전본부가 집계한 올 상반기(6월 말까지) 벌집 제거 신고는 118건으로 최근 5년 사이에 가장 많았다. 2008년 상반기 58건, 2011년 61건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이다. 특히 7월 이후 급격히 늘어 이달 들어서만 328건이 접수됐다. 2008년 7월 한 달 114건, 2009년 7월 98건에 비해서도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말벌(사진)의 때 이른 공습은 올 상반기 가뭄과 따뜻했던 기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올 상반기 광주지역 강수량은 342.4mm로 평년 504.6mm에 비해 32% 정도 적었다. 상반기 기온은 10.71도로 평년기온 10.66도보다 0.05도가량 높았다. 장승종 농촌진흥청 강소농지원단 양봉전문가는 “말벌 여왕벌이 4월경부터 번식하는데 올해는 건조한 데다 이른 더위가 찾아와 최적의 번식 조건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벌은 더울수록 왕성한 활동을 하고 건조한 날씨에 번식이 더 왕성하다.
말벌 공습으로 인명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22일 오후 7시경 전남 화순군 남면 김모 씨(50·여) 집에서 김 씨가 벌에 쏘여 숨졌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 동안 전국적으로 벌에 쏘여 숨진 사람은 12명, 중상자는 101명에 이른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지난해 전국적으로 벌집 제거가 7만346건이었고 2523명의 인명구조 활동을 벌일 정도로 심각해졌다”고 말했다. 양봉을 하는 김모 씨(56)는 “농촌에서 친환경 농업이 늘어나면서 말벌이 많이 늘었다”며 “말벌 공포가 확산되면서 벌만 날아다니면 신고를 하거나 작은 벌집만 봐도 119를 부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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