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넘치는 ‘한강의 밤’ 열대야 피하려다 열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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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25일 03시 00분


24일 오전 1시경 서울 마포구 망원동 한강시민공원 망원지구 산책로에 쓰레기가 수북이
쌓여 있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24일 오전 1시경 서울 마포구 망원동 한강시민공원 망원지구 산책로에 쓰레기가 수북이 쌓여 있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벤치 위에는 먹다 남은 치킨과 각종 음료수에 흠뻑 젖은 종이컵이 담긴 검정 비닐봉투가 나뒹굴었다. 봉투 안에서 날벌레가 날아올랐다. 옆에는 찌그러진 맥주 캔이 놓여 있다.

열대야가 이틀째 이어진 24일 0시 반경 서울 마포구 망원동 한강시민공원 망원지구는 더위에 찌든 도심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다. 같은 시간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강시민공원 여의도지구도 상황은 비슷했다. 둔치에는 강변을 따라 약 200m 간격으로 휴지통이나 쓰레기 분리수거함이 있었지만 쓰레기를 아무 곳에나 마구 버려 쓰레기가 더미를 이루고 있었다.

○ 남 시선 아랑곳하지 않아

열대야를 피해 강바람을 쐬러 나오는 시민이 올여름에도 한강공원들을 채우고 있지만 질서 의식은 여전히 실종돼 있었다. 23일 밤 12시가 지났는데도 술을 마시며 큰 소리로 떠들거나 담배를 피우며 주변에 피해를 주는 사람이 많았다. 아들과 함께 망원지구를 찾은 한 남성은 20대 초반의 남녀 5명이 옆에서 소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자 5분도 안 돼 강변을 떠났다.

여의도지구에서는 요란한 조명과 스피커를 달고 큰 소리로 음악을 튼 채 두 손을 핸들에서 떼고 자전거를 타는 자전거족(族)이 자전거 도로를 벗어나 잔디밭 등을 휩쓸고 다녀 시민들의 원망을 샀다.

남녀가 엉켜 진한 애정행각을 벌이는 것도 늦은 밤 강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잔디 양생 중이니 진입을 삼가주세요’라는 팻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인적이 뜸한 잔디밭 위에 돗자리를 펴고 껴안은 채 누워 있는가 하면, 벤치에 앉아 있는 남성의 무릎 위에 여성이 마주보고 앉아 진한 키스를 하기도 했다. 그 옆에선 아이와 함께 나온 가족이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되풀이되는 쓰레기 몸살

여름만 되면 한강변 일대는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다. 서울시에 따르면 12개 한강공원에서 여름철에 나오는 쓰레기 양은 하루 20t가량. 다른 계절보다 4배 정도 많다.

그러니 매일 95명이 청소에 투입된다. 휴지통과 분리수거함이 있지만 쓰레기는 곳곳에 널브러져 있다. 깨진 유리창을 방치하면 더 큰 문제가 생긴다는 ‘깨진 유리창’ 이론처럼 한두 명이 쓰레기를 버리면 그 주변으로 쓰레기 더미가 만들어진다. 이날 한강지구에서 쓰레기를 버리던 이모 씨(34)는 “곳곳에 쓰레기가 있는 걸 보면 굳이 휴지통까지 가게 되지 않는다”고 했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윤석경 팀장은 “낮에는 비교적 질서가 지켜지는데 밤이 되면 대범해지고 남의 시선도 잘 의식하지 않는다”며 “여전히 밤과 낮의 차이는 크다”고 했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김진우 기자 uns@donga.com  
#한강#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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