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 구경도 못해봤어요”… 서울 전문대생 1.5%만 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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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25일 03시 00분


4년제 대학 14%와 큰 격차

경기 수원시에 사는 원모 씨(20·여)는 지난해 서울에 있는 2년제 전문대에 진학한 뒤 ‘새벽형 인간’으로 바뀌었다. 수원역에서 기차를 타고 서울역으로 와서 지하철로 갈아타 성동구 행당동에 있는 학교에 도착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2시간. 오전 9시에 시작하는 첫 수업을 들으려면 오전 6시에는 잠자리에서 일어나야 한다. 집에서 학교를 오가는 데 매일 4시간을 쏟다 보니 몸은 기진맥진해지기 일쑤다. 2학년에 진학하면서 기숙사를 알아봤지만 허사였다. 이 학교 재학생이 6788명에 이르는데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은 41명(0.6%)에 불과했다. 원 씨는 “41명도 모두 외국인 학생이어서 한국 학생이 들어갈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전문대 학생의 기숙사 수요가 많지만 실제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는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대는 학생들이 자신이 원하는 기술과 전문지식을 특화한 학교를 찾아 지원하기 때문에 집과 멀리 떨어진 학교로 진학하는 비율이 특히 높다.

24일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운영하는 대학정보공시사이트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서울에 있는 전문대(2, 3년제) 11곳의 기숙사 수용률(전체 재학생 대비 기숙사 정원)은 평균 1.5%로 4년제 대학의 14.1%에 비해 크게 낮았다. 11개 전문대 가운데 6곳은 기숙사 시설이 아예 없었다. 전국 평균 기숙사 수용률도 전문대는 16.4%로 4년제(25.9%)에 비해 9.5%포인트 낮았다.

강원 태백 출신으로 대구 지역 전문대에 재학 중인 김모 씨(22)도 기숙사를 배정받지 못해 하숙 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1년 치 등록금 630만 원 외에 하숙비를 포함한 생활비로 한 달에 70만 원가량 쓰고 있어서 부모님에게 큰 부담을 드리고 있다”며 “4년제 사립대 평균 등록금 737만 원에 가까워지고 있는데도 기숙사 혜택은 받지 못하는 게 무척 아쉽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구 지역 전문대 9곳의 기숙사 수용률은 8%에 그친다.

문제는 전문대의 기숙사 부족 사태가 앞으로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4년제 대학 진학률이 2009년 59%에서 올해 52.3%로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전문대 진학률은 21.6%에 23.7%로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국회입법조사처 경제산업조사실 장경석 입법조사관은 “2년제 대학은 고등학교처럼 수업 집중도가 높은 편”이라며 “학생들이 학교 수업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교육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대학교#기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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