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께서 미역 양을 잘 모르셨죠? 이게 물에 담가두면 많이 붇거든요. 이 만큼이 2, 3인분으로 적당한 양이에요.”
24일 오후 3시 서울 강남구 논현동 여성능력개발센터 4층 조리실. 조리대마다 손질된 가지와 양파 미역 홍합이 올라 있다. 맨 앞 조리대에서 강사 김소영 씨(40)의 요리 시연이 이어지자 주변을 둘러싼 어르신들도 덩달아 바빠졌다. 손으로는 나눠준 조리법을 필기하면서 연신 질문을 쏟아냈다. “여기 쓰여 있는 알파벳 ‘시(C)’가 컵이라는 얘기죠?” “‘한소끔 끓인다’는 건 얼마나 끓이라는 거죠?”
60세 이상 남성을 대상으로 한 강남구의 ‘건강과 사랑이 있는 밥상’ 요리강좌 현장이다. 네 번째 수업인 이날 메뉴는 홍합미역국과 가지볶음. 10여 명의 수강생은 각자 조리대로 흩어져 불린 미역을 손질한 뒤 홍합과 미역을 볶기 시작했다. 금세 조리실 안이 고소한 참기름 냄새로 가득 찼다.
“예전에는 물 한 잔도 떠다 달라고 해서 마셨죠. 오늘은 ‘내가 저녁 차릴 테니 밥 하지 말라’고 하고 왔어요.”
부인이 사준 고운 색상의 앞치마를 맨 고영일 씨(70)는 평생 건설회사에서 일했다. 요리다운 요리를 해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 씨는 “나는 은퇴를 했는데 아내는 집안일에서 은퇴라는 게 없더라”며 “앞으로 누가 아플지도 모르는데 기본적인 음식은 할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 강좌 최고 연장자인 손형렬 씨(81)는 “자식들과 함께 살고 있지만 내 손으로 해먹는 재미가 크고 편하다”고 했다. 6월 26일 시작해 매주 1회씩 10월 30일까지 이어지는 강좌에서는 밥 짓기부터 된장국 북엇국 두부조림 배추겉절이 등 기본 국과 반찬은 물론이고 닭찜과 버섯불고기처럼 손님상에 올릴 만한 음식까지 배울 수 있다. 재료비(회당 5000원)만 내면 된다.
송파구에서도 11월 중 은퇴한 남성을 대상으로 한 ‘아버지 노후 인생설계’ 강좌를 개강한다. 매회 5시간 동안 진행되는 강의 중 2시간이 요리수업이다. 연령 제한 없이 남성만을 대상으로 하는 요리교실도 있다. 종로구는 이달 중순부터 8월 30일까지 ‘아빠 요리교실’ 강좌를 열고 있다. 기본 칼 사용법부터 여름 보양식 만들기까지 배울 수 있다. 양천구에서는 6월, 동대문구에서는 9월에 남성 대상 요리교실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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