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일찍 떠나 더운 고기압 ‘쨍’ 1994년 ‘폭염의 추억’ 되살아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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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의 기세가 심상찮다. 26일 경북 영주의 기온은 38.7도까지 치솟았다. 경북 포항 36.4도, 대구 36.2도, 경남 합천 36.1도를 기록했다. 바람 한 점 없는 공기와 지열, 에어컨 실외기 바람까지 더해지면서 도심 전체가 연일 ‘가마솥’으로 변하고 있다. 이번 폭염의 원인은 북태평양 고기압. 지속적으로 세력을 키우면서 한반도 높은 상공까지 탄탄하게 자리 잡았다는 게 기상청의 분석이다. 기세에 눌린 북쪽의 찬 공기는 한반도로 접근조차 못하는 상황이다. 찬 공기를 못 만나니 비구름이 생기지 않고 있다.

장마 전선이 제7호 태풍 ‘카눈’에 밀려 북쪽으로 쫓겨나면서 장마 기간이 짧아진 것도 폭염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다. 올해 중부지방의 장마 기간은 평년(32일)보다 훨씬 짧은 19일에 불과했다. 전국 평균 강수량도 292.1mm로 평년(357.9mm)보다 적었다. 장마가 일찍 자리를 뜨면서 폭염은 그만큼 빨리, 강하게 다가왔다.

○ 되살아나는 ‘폭염의 추억’

직장인 강병준 씨(39·서울 관악구 신림동)는 더위에 시달릴 때마다 18년 전 ‘악몽’을 떠올린다. 강 씨는 1994년 6월 충남 논산훈련소에 입소해 여름 내내 신병훈련을 받았다. 그 해 6∼8월 한반도 평균 기온은 25.3도로 기상 관측 사상 최고였다. 역대 서울의 최고기온인 38.4도가 바로 이때 관측됐다. 전국 주요 지점의 최고기온 기록도 대부분 경신됐다. 열대야는 전국적으로 평균 14.9일이나 발생했고 제주는 무려 44일이나 열대야가 이어졌다.

실제로 1994년과 이번 여름 날씨는 비슷한 점이 많다. 1994년에도 장마 기간이 짧았다. 제주와 남부는 15일, 중부는 22일에 불과했다. 강수량은 평균 134.1mm에 그쳐 이례적이었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하는 데 이렇다 할 걸림돌이 없는 것도 비슷하다. 당시 북태평양 고기압은 한반도를 완전히 뒤덮을 정도로 강하게 발달했다. 지금은 당시 위력에 다소 못 미치지만 계속 세력이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 맹폭염 8월 중순까지

기상청은 이번 여름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이 1994년보다는 약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아직 더위가 절정에 이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상청은 8월 중순까지 무더위가 계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8월 초순 북태평양 고기압이 크게 발달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보다 더 심한 폭염을 예고하는 셈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지금도 덥지만 문제는 최악의 더위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8월 중순까지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1994년#폭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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